「파리」국립도서관|한국원서 책임자|박병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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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국립도서관 한국원서과 책임자인 박병선박사가 자료수집차 잠시 귀국했다.
59년부터 「파리」에 머무르고 있는 박박사는 지난 72년 「유네스코」주최 『책의 역사』 전에 우리나라의 『직지심경』을 출품,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을 공인 받게한 장본인.
지난 9월에는 「파리」의 한국항일독립투사들이 3·1운동직후 1년간 발간했던 불어판잡지 『자유한국』을 「파리」국립도서관에서 찾아내 국사학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본보9월5일자 보도)
박박사가 이번에 귀국한 것은 3가지 중요한일 때문이라고. 첫째는 「파리」의 극동학원에서 팔만대장경의 목차를 만드는데 기초조사를 하기 위한 일이다.
현재 팔만대장경은 구미에서도 그 존재를 인정받고 있지만 그 가치는 문화재 내지 골동품적인 면에서다. 이제 그 대장경의 내용을 한문과 한글과 서구어로 목록을 만들어 학문적인면에서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논문을 위해 국립박물관이 보관중인 유물을 보려는 것. 이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귀국의 세번째 목적은 국제발음기호 통일위원회(AFNOR)의 일로 한국어발음표를 확정하기 위한것. AFNOR는 세계 40여국의 언어를 「로마나이즈」하는데 있어서 혼란이 없도록 통일된 표기법을 제정하고 있다. 가령 「한국」을 Hankook 이라고도 쓰고 Hankuk 이라고도 쓰면 혼란이 따르므로 그 표기법을 통일해야 한다는것.
한편 「프랑스」내에서의 한국학연구경향은 어떤가라는 물음에 대해 박박사는 『5∼6년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소개할 자료가 너무나 빈약하고 더구나 요즘은 학술적으로 유용한 자료를 구하기가 점점 힘이 듭니다』라고 걱정한다. 학문은 다른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독자성을 갖춰야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박박사의 주장이다. 10월말에 출국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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