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 외국계 카지노 … 요우커 찾는 관광 허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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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18년이면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복합 리조트가 들어선다. 중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등에 업고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동북아 관광 전초기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국 자본에 카지노를 세울 길을 터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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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중국·미국 합작회사 ‘LOCZ코리아(리포&시저스 컨소시엄)’가 낸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 사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영종도 운북동 일대 ‘미단시티’ 지구에 7437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15만8664㎡(약 4만8000평) 면적 위에 카지노와 호텔 등이 들어선 복합리조트를 짓는다는 계획을 받아들였다. 카지노는 면적 7700㎡로 현재 국내에 있는 그 어느 외국인 전용 카지노보다 크다.

 이번 승인은 카지노를 운영해도 좋다는 최종 허가가 아니다. 일단 계획대로 복합리조트를 지으라는 일종의 ‘1차 허가’다. LOCZ코리아가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면 2018년 완공 후 카지노 본허가를 내주게 된다. LOCZ코리아 측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리조트 문을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후 2023년까지 2조3000억원을 더 들여 쇼핑몰까지 갖춘 대형 리조트 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LOCZ코리아가 최종 카지노 사업 허가를 얻으면 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첫 사례가 된다. 물론 외국인 전용이다. 그중에서도 카지노를 즐기는 요우커가 타깃이다. 중국 동북부에서 멀리 마카오나 싱가포르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인천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마카오는 중국인 카지노 관광객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카지노 전체 매출이 432억 달러(약 46조원)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7배에 이를 정도다. 그 대부분은 요우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요우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LOCZ코리아에 참여하는 회사 면면에서도 나타난다. 주도 업체는 중국계 인도네시아 부동산 기업 ‘리포’와 미국 카지노업체 ‘시저스엔터테인먼트’다. 중국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회사와 카지노 운영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끄는 것이다.

 미단시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1차 허가가 남에 따라 요우커들이 몰려올 여건은 마련됐다. 관건은 요우커 눈에 마카오보다 얼마나 더 매력적으로 비치느냐, 그리고 요우커들이 리조트 밖에서 돈을 얼마나 쓰게 하느냐다. 리조트에서만 머물다 돌아간다면 지역경제에는 큰 실익이 없다. 인천시 측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인천에서 촬영한 뒤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호재가 있다”며 “2018년까지 중국인들을 리조트 밖으로 불러낼 관광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지노를 통한 요우커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해 말 150여 명의 의원이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제출했다. 2020년 개장 목표다. 대만 역시 요우커를 겨냥해 카지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이번에 카지노 사업을 허용한 것은 앞으로 벌어질 아시아 카지노 전쟁에서 고객을 선점하려는 목적이 깃들어 있다.

 카지노 발표에 미단시티 부동산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말 문체부가 카지노 관련 발표를 하려다 미룰 때부터 낌새를 챘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2011년 분양가 2억8000만원이었던 330㎡ 택지가 최근엔 4억3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오른 상태다. 그마저도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백성호·최승표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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