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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은행 첫 IT·보안담당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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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족은 김민준씨의 건강을 걱정해 말렸지만 컴퓨터를 배우려는 그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사진 부산은행]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보안 취약점까지 찾아내겠습니다.”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정보기술(IT)·보안담당 행원이 채용됐다. 최근 부산은행의 신입 행원(7급) 공채에 합격한 김민준(24·시각장애 3급)씨가 그 주인공이다. 시각장애인 행원 채용도 드문 일이지만 컴퓨터를 오래 봐야 하는 IT 전문 부서에 채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씨는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본다. 다섯 살 때 뇌종양을 앓고부터다. 양쪽 눈에 인공수정체를 넣었는데 왼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눈은 시력이 0.3 정도다.

 그런 그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을 들으며 워드프로세서 자격증까지 땄다. 컴퓨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가족들은 눈 건강을 걱정해 만류했지만 김씨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는 “컴퓨터를 오래 보면 눈이 좀 피곤하지만 그때는 잠깐 쉬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대양전자정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경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CERT-IS(컴퓨터비상대응팀)’ 동아리에 가입했다. 전문지식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날개를 단 듯 꿈을 펼쳤다. 교내 소프트웨어경진대회에서 보안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해 두 차례나 수상했다. 4학년 때인 지난해에는 한국정보처리학회에 ‘공용네트워크 환경에서 ARP 스푸핑(해킹 기법 중 하나) 공격을 막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김씨는 지난해 7~8월 부산은행에서 인턴직원으로 근무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채시험도 다른 지원자들과 똑같이 서류전형과 세 차례 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그는 “요즘 보안 사고가 많은데 제 아이디어로 은행에 적합한 보안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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