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기 농촌에 때아닌 기름파동|발묶인 농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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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추수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요즈음 일부지방 농촌에 때아닌 「기름파동」이 일어 추수기에 한창 쓰일 동력경운기·탈곡기등 농기계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농촌일손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원유값 인상으로 국내 유류값이 오를 기미를 모이자 이에 자극받은 일부 유류상들이 성급한 매점매석을 하는 외에 석유류 중간상인들이 기름공급을 꺼리는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안동등 일부지역에서는 극심한 가수요 현상마저 일어 석유를 구입하지 못한 농가에서는 경운기는 덮어두고 소마차를 동원하는 형편이다.
또 이같은 현상과 함께 값도 올라 일부지역에서는 종전 1「드럼」에 1만4천원씩 사 쓰던 것을 1만5천5백원을 주고도 살수 없어 선금을 내고 예약을 하는등 기름확보에 큰애를 먹고 있다.
【대구】경북도는 도내 일부유류판매업자들이 농가동력경운기용 경유·석유등에 대한 판매기피현상을 보이자 7일 매점매석등 악덕 유류상들을 일제단속하라고 각 시·군에 긴급지시했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금암동 일대 농민들은 10월초부터 기름을 구할수 없어 20여㎞나 떨어진 대구근교에까지 나가 겨우 기름을 사쓰고 있으나 이나마 충분한 양을 구입하지 못해 농기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진도군의 경우 단 하나뿐인 주유소와 18개소의 유류판매업소는 기름값 인상설이 나돌기 시작한 지난달 29일께부터 문을 닫고 기름을 팔지 않고 있다.
또 이 지역에 기름을 공급해온 D석유 강진 출장소도 재고가 없다는 핑계로 기름을 보내지 않아 농가의 경운기등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버스」「택시」「트럭」등 각종 차량들까지도 발이 묶였다.
이같은 현상은 진도군뿐만이 아니라 전남도내 서·남해안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일고있어 추수와 함께 보리갈이등에 큰 지장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안동】약15일전부터 이 일대에서 일기 시작한 유류가 수요현상은 농가일손이 바빠지는 것과 비례하여 심각해져 이제는 심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안동군 일직면 평팔2동 김세용씨(26)는 『종전에는 외상으로 사쓰던 것을 현금으로 예약해도 구하기 힘들어 농기계를 전혀 쓸 수 없게 됐다』면서 당국의 특별한 유류배정시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직면 원호동에서 정미소를 하고 있는 김무태씨(30)는 방앗간에 쓸 기름을 구하지 못해 며칠째 기계를 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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