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소비의 10%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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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유 소비를 줄이는 노력은「에너지」절약 운동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연간 10억 「달러」를 넘는 석유수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가기 어려운 국내외의 제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름을 절약하는 길』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현재와 같은 유류 소비 구조는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마땅하다.
물론 석유파동 이전과 비교한다면「에너지」절약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국민적 차원이 아닌 행정 지도의 선에 머무르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선진부국을 중심한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도 석유 위기의 본질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파악하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낙관적 경향으로 흐르는 감이 없지 않다. 이런 편향은 결국 세계의 「에너지」소비 구조를 낭비적인 종전의 「패턴」대로 온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과정은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우리의「에너지」정책이 장기적인 「비전」에서 선진국형 소비「패턴」을 지향하고 있음은 이를 실증한다.
소비 공업국의 공산품 가와 원유 가의 연쇄적 인상이라는 악순환을 단절할 만큼 강인한 장치가 마련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 세계의 「에너지」수급 환경에 대한 더 이상의 낙관을 버려야만 우리의「에너지」정책은 그 장기적 지향점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무엇보다 추가적인 원유가 상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절약 방안이 시급하다. 그것은 당장 급한 대외 지불 증가 외에도 원가 압박에 의한 물가 상승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기왕에 추진하고있는「에너지」10% 절약 운동이라도 제대로 실행한다면 그나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류 소비의 대종을 이루는 공업용 소비는 일시의 대폭 절약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예컨대 우리 제조업의 생산 단위당 소요 열원단위가 아직도 외국에 비해 크게 높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공장「에너지」의 절약여지도 적지 않다.
정부 조사로는 우리 나라 공장「보일러」의 연료 소비가 설계 소요량보다 5.7%나 많아 연간 3천만 「달러」의「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소비율이 높은 철강·「시멘트」·비료 등 주요 중화학 공업의 집중적인 절약 노력이 긴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지난 20년간 해마다 2% 가까운 절약을 이룩해 왔음은 하나의 전형이라 하겠다.
최근 민간 업계에서도 자발적인 절감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모든 행정적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할 것이다.
한때 『한집 한 등 끄기 운동』이나 유흥업소에 대한 「에너지」사용 규제 방안이 실시되었지만 불과 2년도 못되어 다시 후퇴하고 있음은 행정의 무성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자동차 연료의 절감도 빼놓을 수 없는 단기 대책의 하나이며, 낭비의 표본인 자가용의 증가 억제도 계속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단기 대책이 모두 장기 「에너지」대책의 하나로 조화 있게 포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종합 대책도 단순한 소비 절약 대책 뿐 아니라 생산·유통·기타 관련 산업정책을 모두 포함하는 일관성 있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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