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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약이 되는 음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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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식품이 약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논쟁거리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식품이 무슨 병에 특효라느니 하는 식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격분하는 사람들이 흔히 이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식품 또는 영양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학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떤 식품을 먹으면 무슨 병의 치료나 예방에 좋다는 식의 주장은 「행크·아론」의 야구 「배트」를 삶아먹으면 「홈런」왕이 될 수 있고 「알리」의 주먹을 먹을 수만 있다면 철강 같은 「펀치」를 자랑할 수 있다는 식의 표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이 같은 논쟁이나 주장의 타당성 혹은 진위를 가리기는 어려울 듯 싶다. 예컨대 『감 잎사귀(시엽)를 달여서 차로 마시면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옛말에 대해 논쟁을 일삼기 좋아하는 사람들은『그렇다면 성인병을 앓는 사람이 이 나라에 한명도 없어야 되지 않겠는가』고 빈정대겠고, 한편 옛말을 들먹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감 차가 성인병에 좋다는 옛말을 무턱대고 비과학적이라느니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해버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구전되고 있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니 좀더 신중하게 연구해보아야 한다』고 응수한다.
어떻든 감 잎사귀를 달여서 차로 마시면 주독이 씻어지고 갈증이 가신다는 말은 오래 전서부터 전해내려 오고 있다.
또 감 차가 보혈·건위·강장·진해 효과를 발휘해서 중풍·동맥경화증·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을 추방해 준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감 차가 괴혈병을 예방하고 피부미용, 치아발육, 세균에 대한 저항력 강화, 혈액응고 등 놀랄 정도의 효능을 발휘한다고 굳게 믿고있다.
일본의 한 학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감 잎사귀의 효능을 그 속에 다량 농축되어있는 엽록소와 「비타민」A·C·K로 설명한다. 엽록소는 녹황색 식물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효소인데다가 「비타민」A·C·K는 혈관 벽을 튼튼하게 보호해주는 「비타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옛말」을 맹신한 나머지 성인병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가 의사의 치료를 마다하고 감 차만 하루종일 마시기만 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이다. 논쟁을 일삼기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옛말」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감 차가 성인병에 좋다』는 옛말은 치료약으로서 감 차를 복용하라는 뜻으로보다는 평소 다른 차 대신에 감 차를 꾸준히 마시면 성인병의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식물이 약이 못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애당초 약은 식품을 비롯해서 초근목피에서 얻지 않았는가.
감 차는 감 잎사귀를 따 깨끗이 씻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 10분쯤 지나서 마시도록 한다.<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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