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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아파트」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 청계천 천변과 산비탈에 세워졌던 대부분의 시민「아파트」가 헐리게 되었다한다. 판잣집을 일소하고, 시민의 주택난을 완화하며, 도시경관을 일신한다는 명분 아래 자찬까지 서슴지 않았던 4백38동 중 95동만이 남고 나머지 전부가 모두 헐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인명피해까지 내게 했던 와우「아파트」의 붕괴를 계기로, 시민「아파트」의 「이미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 것은 이미 오래 되었으나 그 동안 많은 자금을 투입, 보수공사를 해서 그런 대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오던 이 건물들이 마침내 이 이상 더 그 부실상을 감출 수 없게 된 듯하다.
앞으로 5년에 걸쳐 3백동이나 헐기로 했으며, 그 철거에 따른 시비손실만도 현재의 물가수준에서 1백억원에 이른다는 것이고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첫째,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이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결과가 되었는데, 그 착공도 시민을 위한 것이었고, 철거도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당착된 명분에 대해서 대다수의 시민은 여간해서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둘째, 시민 「아파트」건축비가 당시의 물가기준으로 51억7천만원이나 투입되었는데 현재의 가격으로 평가한다면 2백억원 이상의 가치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그 동안에 개인과 시 재정으로 투입된 보수비용과 철거 비용까지를 합하면 적어도 4백억원 이상의 손실과 자원낭비가 생기는 셈인데, 그러한 낭비를, 왜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는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더군다나 서울시의 주택 부족율은 해가 거듭될수록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인데, 6천 가구 분의 철거와 주택난 해소라는 당면정책은 어떻게 관련이 있는가.
셋째, 강북 인구의 소산을 주거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도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강남인구가 낮에는 강북에 건너와 근무하는 수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지구로의 인구소산정책은 강남지구의 공업화를 촉진시키지 않고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도권인구증가억제책으로 당국은 영등포구내를 포함해서 서울시구역내에 신규공장을 짓는 것을 극력 억제하고 있지 아니한가. 사리가 그렇다면 인구수용능력이라는 면에서 강남지역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해답되어야 한다. 강남지역에서 증가하는 인구를 강남의 직장에서 흡수하지 못한 채 거주인구만이 강남으로 몰린다면 한강을 복개하지 않고서는 오히려 혼란의 씨앗을 심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만일, 긴박한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이 같은 변태적 강남집중시책은 강북에 있는 직장조차 강남거주직원의 출퇴근 애로 때문에 곤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야간거주지로서의 인구소산만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진실한 의미에서의 인구소산정책이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서울시의 인구소산문제·주택문제·도시계획의 「비전」문제·수도권보안문제 등은 서로 종횡으로 얽혀있는 문제이지 따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점을 깊이 연구해서 시행착오 없는 계획을 세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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