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담 가중시킬 새해 가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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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정에 가계부가 있듯이 나라살림에도 수지부가 있다. 이것이 바로 예산이다. 정부는 총 규모를 2조4백39억 원으로 잡은 76년 예산을 마련, 곧 국회에 낸다. 살림규모가 금년보다 무려 58.2%가 늘어난 것이다. 나라의 살림규모가 늘면 국민이 내는 세금도 자연 많아지기 마련이다.
76년 예산안에 계상된 세금액은 ▲내국세1조2천2백36억 원 ▲관세 2천9억 원 ▲방위세 2천1백42억 원 도합 1조6천3백87억 원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예산에 계상된 국세뿐만 아니라 지방관서에 내는 지방세도 있고 또 전매익금도 국민 부담 면에선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76년 전매익금은 1천7백80억 원, 지방세는 1천6백2억 원이므로 내년 한 해 동안 국민이 부담하는 모든 세금은 1조9천7백69억 원에 이른다. 이를 우리 나라 총인구 3천5백86만 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 당 5만5천1백 원 꼴이다. 5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한가구가 1년에 무는 세금은 27만5천 원 선이다. 74년 만해도 국민 한사람의 세금 부담액은 2만 8천7백원이므로 2년만에 2배로 높아지는 것이다. 내년엔 세금 부담이 정말 뻐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세금이 으르면 가장 곤란을 받는 계층은 봉급생활자들이다. 물가상승으로 월급이 다소 올라도 별 실속이 없는데 세금만 호되게 나온다. 그래서 봉급자에 대한 세금을 다소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정부는 내년에 공무원 「보너스」를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일단 묵살했다.
현재 월급 봉투에서 먼저 떼는 세금은 갑종근로소득세·방위세·주민세 등 3가지다. 10만원 봉급이면 4천8백30원(자녀3인을 둔 기혼자의 경우), 15만원이면 1만3천4백55원, 20만원이면 2만6천2백27원이 원천 공제된다.
금년부터 종합소득세제가 실시되어 세금부담이 상당히 내려가기는 했으나 봉급자의 대부분이 물가고속에서 어려운 살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금부담이 무척 무거운 셈이다. 월급봉투엔 세금뿐만 아니라 봉급액의 2%인 국민저축을 비롯, 각종 공제가 많다.
또 기업이 내는 영업세나 물품세·방위세 등은 상품가격에 얹혀지므로 그쪽 세금도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결국 내년도의 늘여난 나라살림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국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전망이다.
허리띠를 더 졸라 맬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국회의 예산심의에서 결정될 것인데 동양 최대의 의사당을 마련한 국회가 어려운 가계를 어느 정도 알아줄 것인지 큰 관심거리다.<최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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