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이토록 타락했는가|영화「0의 이야기」가 던진 충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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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프랑스」는 지금 한편의 영화로 인해 심각한 자아비판을 하고 있는 중이다.「프랑스」인들은 과언 타락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한 영화는『0의 이야기』로 두 눈을 뜨고는 보기 힘든「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봉된 지 2주일만에 15만여 명의 관객을「파리」에서만 동원한 『0의 이야기』는 바로 사회의 한 단면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어「카톨릭」가의 면모가 무색할 만큼 타락증세가 노출되었다는 진단인 것이다. 특히 일부여론은 이 영화를 표지의 이야기로 다룬 데 이어 최근호에 원작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 유 력 주간지「렉스프레스」가 타락증상을 선동한다고 규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1954년에「포린·레아주」라는 여류작가(?)가 쓴 소설『0의 이야기』를 거의 완벽하게 화면에 담은 것으로 이 소설은 외설문학으로 출판허가를 받지 못해 아직도 지하문학으로 남아 있는 형편. 그런데 이것이 돌연 소설보다 직접적으로 보고 듣는 실기를 그대로 재연한 영화로 일반에 공개되었으니「쇼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욱이 감독이 외설적 예술(?)영화를 자칭, 지난 2년 동안「파리」에서 1백80만여 명의 관객을 흥분시킨바 있는「에마뉴엘」의「쥐스트·재킨」이니 그 영화의 내용은 보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안개 자욱한 1930년대「파리」의 한 거리를 빠져 나와 교외로 향하는「택시」속에서 시작된다. 뒷좌석에 앉은 한 쌍의 남녀가 행하는 괴상한 행위를「백미러」를 통해 본 운전사의 호기심 가득 찬 놀라움이 두 번째 장면-. 남자가 여자의 앞부분을 손으로 더듬고 단추를 따고, 그리고 여자 스스로가「팬티」를 벗고…. 그리고 한 성 앞에 차는 멎는다.『잘 들어, 준비 다됐지? 차에서 내려 문의 단추를 누르면 문이 열린다. 그리고 명령하는 대로 복종하면 되는 것이다.』남자의 이 한마디로부터 이 영화의 잔혹한「섹스」와 폭력의 향연이 개시되고 있다.
처음부터 집단 윤간 당한 이 여주인공 0양 매질과 여자로서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온갖 성적 희롱을 당하며「프랑스」판「할렘」이라고나 할 수 있는 이 성안의 굶주린(?)이리의 먹이로서 모든 짓을 내맡긴다.
「머저기스트」와「세디스트」가 모두 동거하는 남성의 무리 앞에 신음하면서 고통과 굴욕과 수치를 극복하려고 온몸으로 노력하는 0양 필사적인 몸부림은 사랑으로써 극복된다.
그래서 정부(「택시」속의 사나이)와「파리」로 나와 살림을 하게 되나 정부의 친구에게 성의 노리개로 제공된다. 이 같은 0양 편력은 결국 사랑이 무의미(제로)하다는 자각에 이르고 마지막 남자의 손목에 0을 써 주는 장면에서 끝난다.
지독하다 그밖에 더 표현할 길 없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무엇이냐? 구름처럼 이 영화를 보려고 몰려드는 관객은 무엇인가?「파리지엥」들의 설명은 단 한가지 이유밖에 없다는 것으로, 즉『우리들은 모두가 패륜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이「터부」시해 왔을 뿐 이것을 과감히 깨어 버린 것이 이 영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어느 주간지의 편집인은「쉬락」수상에게 공개서한을 써『프랑스가 더 타락하기 전에 상영을 중단시켜라』고 아우성쳤지만 영화관에 몰리는 관객들은 늘어가고만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영화감독은『현 세계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그렸다』고 말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단순한 외설영화를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 장면까지 여성의 전라가 가득 담긴, 그리고 온갖 인간의 잔악 행위가 실연되고 있는 이 영화를 보고 구토증을 느끼거나 협심증에 걸려 중도 퇴장하는 관객도 아직 한사람도 없다. 그만큼 영상 미와「섹스」의 표현방식이 예술적(?)이라고나 할는지-. 사실 감독의 말대로 현대는 정신의 혼돈상태이며 인질사건. 유괴사건, 강간사건쯤의 폭력 앞에서 놀라지 않을 만큼 폭력면역 증에 걸려 있는 현실에『이 정도의 내용이 아니고는 면역에서 깨지 않을 것』인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다.
25세의「로마」거주「프랑스」국적의 가정주부「코린·크레리」는「파리」의 전야제에 남편과 함께 나타나「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영화의 상영은「피가로」지의 평가대로『0양의이야기」현상은 바로 상실한「에로티시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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