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TV와 절연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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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랑스」의 실존 철학자이며 작가인「장·폴·사르트르」는 1년 가까이 준비해 온 TV「프로」제작계획을 최종적으로 단념, 앞으로는 어떠한「텔레비전」과도 절연한다고 선언했다.
「사르트르」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작가와 대중 사이에 전문가란 제3자가 끼는 것은 자유로운「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짓』이라고 비난하면서『우리가 매일 보는「텔레비전」은 정부의 것일 뿐「프랑스」인의 것은 아니다. 금후「프랑스」에서든 외국에서든 「텔레비전」에는 관여치 않겠다』고 말했다.
「사르트르」가「텔레비전·프로」를 제작하게 된 시초는 작년 11윌. 당시「프랑스」국영방송의 해체와 동시에 75년부터 7개 독립회사가 발족케 되었는데 그중「채널」2의 사장에 취임할「마르셀·쥘리앙」씨 (유명출판사「프롱」사장)의 강권에 못 이겨 승낙하게 된 것이다. 회사측에서 가장 힘을 들인「프로」일뿐더러「사르트르」에 제시된 조건도 좋았던 편.
「사르트르」가 제작키로 한「프로」는 20세기의「프랑스」현대사. 그 전개는「사르트르」에게 일임하기로 약속됐으며 우선 1시간 짜리 10회분의「시리즈」를 제작할 계약을 맺었다. 그는 곧「시몬·드·보바르」여사와「리베라·시옹」신문의 2명의 기자를 중심으로 역사가「애시스턴트」등 80명의「팀」을 구성, 「시나리오」작성에 착수했다. 그러나 금년 초 그 대강의 줄거리를「쥘리앙」사장에게 제출하자 문제가 일어났다. 첫째 제작비가 1천만 「프랑」(한화 11억7천만원 상당)이 소요되고, 둘째는 그 내용을 본「포니아토스키」내무장관이 난색을 표한 것이다. 특히 문제된 부분은 1968년의「5월 혁명」때의 독일인 학생지도자「콩·방디」의 등장.
그럼에도 그는 계속「시나리오」집필에 여념이 없었는데 지난 8월「쥘리앙」사장의 돌연한 서신이 결정타가 됐다. 즉 시작을 하나 만들어 전문가에게 보여서 조언을 들었으면 하는 요청이다. 이 제안을「사르트르」는『간접적 검열』이라 지적, 그 제작을 단념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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