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수송비와 도로 통행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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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속도로통행료가 10월부터 다시 크게 인상케 되었다. 이번 인상은 도로공사의 올해와 내년의 부족자금 38억 원을 보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 건설부의 설명이다.
주요 고속도로가 차관자금에 크게 의존하여 건설되었던 점을 상기하면 그 동안의 환율인상이나 도로관리비의 현저한 상승이 모두 도공의 자금압박요인이 되고 있음은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렇더라 해도 그것이 공공요금의 하나인 이상, 해마다 너무 자주 올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통행료는 지난 73년에 20%, 74년에도 37·5%나 오른 것을 생각하면 너무 빈번한 인상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기업이라고 채산성의 악화를 무릅쓰고 요금억제를 무한정 끌고 나갈 수는 없겠지만, 동시에 공공성을 띤 정부기업요금이기 때문에 인상은 항상 신중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38억 원에 가까운 순익을 내려는 도공이 단순한 일시적 자금부족을 메우기 위해 요금을 올린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예상 밖의 자금부족이 생기면 우선 이익규모를 줄여 새 사업을 그 만큼 줄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로통행료는 공공요금 중에서도 일반가계의 지출비중이 매우 낮아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기타 물적「서비스」요금과는 구별되는 것이 통례다. 따라서 통행료 인상의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통행요금의 이런 특수성이 당국자들간에 지나치게 과대 평가되고 있지나 않나 하는 점이다.
건설비·유지관리비·차관이자나 조경비용 등 이 모두 상환을 위주로 한 통행료 책정을 강요하는 요인들이지만, 점증하고 있는 고속도로의 산업화 추세는 통행료와 일반물가와의 연관성을 더욱 높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화물자동차의 이용증대는 최근 들어 매우 두드러지고 있어 통행료 부담증가가 생선·식료품의 가격상승이나 기타 공산품의 원가압박요인이 될 가능성이 이전 보다 훨씬 커진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통행료정책의 기본은 화물수송비의 억제에 두고 다른 차종과의 요금격차를 더 확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 인상에서 화물차요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올린 것은 잘한 일이나, 가능하면 양곡·소채·생선 등 주요 생필품수송에 대한 특별요금제도 구상해 봄직한 일이다.
더 원칙적으로는 고속도로의 졸속을 무릅쓴 조기완공도 재고해야 할 일이다. 급증하고 있는 보수, 관리비의 상당부분이 졸속공사로 인한 부실 때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실공사로 인한 보수경비의 누증을 막기 위해서는 시공자와의 보수책임 계약을 더 강화하는 것도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서울일원의 유료도로가 10원 1일부터 무료화 하게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공영의 고속도로는 통행료 인상 없이 그 유료도로로서의 기간을 줄이는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처럼 도로사용자가 매번 통행료를 물지 않고, 자동차 구입시의 도로채권인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앞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는 물론 자동차의 보유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의 얘기다.
기왕 통행료를 올렸으면 큰 투자부담이 안 되는 환경정비나 관리의 만전은 통행료인상의 반대급부로서 의당 있어야 할 노력이다.
정부기업의 효율화와 원가절감이라는 일반원칙이 도로공사에도 변함없이 적용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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