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국문제수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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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랑스」는 지난 주말 한국문제에 관한 서방측 결의안의수정안을「유엔」에 제출했다. 그 내용은 서방측 원안의 골격을 크게 바꾼 것 같지는 않다.
원안에서「유엔」군사령관의 후계자로 한국군과 미군장교를 임명한다는 부분과 안보리가 「유엔」사 해체를 위해 관계당사자들이 협의하도록 권장한다는 부분이 빠져 있다. 그 대신 휴전협정을 새로운 조치로 대치토록 하는 약정을 교섭토록 모든 직접 당사자가 협의할 것과 「유엔」사가 해체 될 때「유엔」기하의 모든 외국군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 쪽의 이러한 균형인자가 바로 우리의 국방력과 주한미군 및 휴전협정의 존재인 것이다.
「유엔」사의 해체 여부는 실질적으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유엔」사가 해체되면 일방당사자의 소멸로 휴전협정이 파기된다는 데서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따라서 휴전체제의 유지대안만 마련된다면 당장 내년 1월1일부터「유엔」사를 해체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프랑스」수정안은 이러한 우리의 기본입장에 손상을 주는 내용은 아니라고 평가된다. 우선「유엔」군사령관의 후계사령관으로 한국군과 미군장교를 임명한다는 부분을 결의안에서 뺀다 해서 사실상 달라질 것은 없다.
어차피 휴전협정의 대안마련은 직접당사자간 협의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인 이상, 후계사령관 문제도 그때 결정하면 될 일이다. 구태여「유엔」결의안에 그러한 명문을 넣어 한국문제의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신생 중립국들의 기피요인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계 당사자의 협의를 안보리가 권장하도록 하는 것도 그렇다. 당사자간 협의에 대해 동·서간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안보리가 권장을 할 이도 만무하고, 반대로 타협이 된다면 안보리의 권장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유엔」군사해체와 함께「유엔」기 아래의 모든 외국군이 없도록 하자는 추가부분도 당연한 것을 강조한데 불과하다.「유엔」군사가 해체되면「유엔」깃발도 사라지고, 따라서 그 깃발아래의 외국군도 없게 마련이다. 이미 주한미군부대에서는 대부분 「유엔」깃발이 내려졌다. 종국적으로「유엔」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은 모두「유엔」군으로서가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한 미군으로서 주둔하게 되는 것이다.
또 휴전협정을 새로운 조치로 대체하기 위한 모든 직접 당사자간의 협의도 못 받아들일 까닭이 없다. 이 조항은 공산 측 결의안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다. 공산 측의 평화협정주장은「유엔」군사의 해체와 주한미군철수를 선행조건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당사자에서도 휴전협정에 조인하지 않은 한국이 빠져 있는 것이다.
수정안의「대체약정」은 전제조건 없이 모든 직접당사자간 교섭제의라는 점에서「키신저」미 국무장관의「4자 회담」제의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프랑스」수정안은 서방측 결의안의「톤」을 낮추기는 했으나 비교적 합리적이다. 원안보다 중립국들의 표를 모으는데도 유리할지 모르겠다.
이제는「유엔」에서의 한국문제토의도 형식논리를 벗어나 평화와 안정유지에 어떤 방안이 더 유익하냐는 실질논리를 중시해야 할 때인 것이다. 「프랑스」수정안은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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