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엘리트」의 유형|고대 한승조 교수 자유당 정권·공화당 정권 비교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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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엘리트」의 사회배경 분석은 그 사회의 지배적 가치, 권력배분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특정사회의 정치적「리더쉽」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계간 논문집『아세아연구』지에서 한승조 교수(고대 정경대·정치학)는 『한국정치「엘리트」의 충원유형』이란 논문을 통해 50년대의 이승만 정권과 현정권(61년∼71년까지)을 담당해온 각료·국회의원 등·정치「엘리트」들의 사회배경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대체로 우리 사회의 정치현실을 반영하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교육배경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두 정권 모두 각료의 교육수준은 육사교육을 고등교육에 포함시킨다면 거의 대부분(98%이상)이 전문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중학 이하는 극소수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육사교육을 제외한 전문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각료들의 숫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 정권 때에는 87.4%(1백3명)이던 것이 현정권은 65.8%(86명)로 이례적으로 적어졌다.
이런 차이는 육사출신이 이 정권 하에서 11.1%(13명)에서 현정권 하에서 32.5%(42명)로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메워졌다.
또 교육환경과 관련된 연구는 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 정권과 현정권의 각료 중 각각 71%, 75%등으로 나타나 7할 이상이 외국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학력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이 정권에선 미국유학 경험자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30명, 중국 12명, 영국 6명 등의 순서이나 현정권의 각료들은 일본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사람이 44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35명, 중국이 7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57∼67년 사이의 10년 동안 두 정권 하에서의 행정「엘리트」로서 비 서방교육(일본·중국 등)을 받은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 반면 미·영 등 서방국가에서 교육받은 사람의 숫자는 늘어난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현정권이 등장한 65년 이후에는 서방교육을 받은 사람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경향은 국회의원의 경우도 대체로 각료의 경우와 비슷하다. 역대 국회의원들의 외국교육배경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정권 하에서는 67.4%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일본에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미국은 18.2%, 중국 12%등이며 현정권의 국회의원들은 일본 65%, 미국 24.7%, 영국 5.1%로 두 정권 모두 의원들 중 80%이상이 일본 또는 미국의 유학경험이 있음을 나타냈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경우도 이 정권 때보다 현정권이 들어서고부터 차차 비 서방국가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 반면 서방국가에서 교육받은 사람의 수가 늘었다.
두 정권시기의 정치「엘리트」들의 교육배경과 관련, 이들의 전공분야를 보면 이 정권 하에서는 법학전공이 31.9%로서 제일 많고 철학 13.9%, 경제학 10.7%, 정치학 9.0%등의 순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 정권 하에서의 정치「엘리트」의 경우 군사학 전공이 69.5%로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경제학이 13.0%, 법학 10.9%, 정치학 2.2%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에는 5·16이후 군부「엘리트」의 정계진출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현정권이 경제정책에 중점을 두어왔다는 사실이 경제학 전문가가 늘었다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법학·정치학 전공을 한 사람이 줄어든 것은 이 정권 때보다 현정권에서는 개인의 자유·정통성 등은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경향을 반증한다.
경력·직업배경의 연구는 각료의 경우 대체로 전직이 군인이던 사람의 비율이 이 정권 하에서 7%이던 것이 현정권 하에서 24%로 는 것을 비롯, 관료·은행인 출신이 증가했다. 이 정권 아래서 정치인 출신은 13%였지만 현정권에선 0%로 줄어든 것을 비롯, 언론인·법조인 출신들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도 하나의 특성으로 나타났다.
관료·은행인·군인 등을 행정·경영형「엘리트」로 본다면 이 정권 하에서 전 각료 중 이런 유형의 성격을 띤「엘리트」가 47%에 불과하던 것이 현정권의 경우 77%로 증가했다.
따라서 현정권에서는 정치「엘리트」들 중 행정·경영형「엘리트」가 지배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정치「엘리트」의 출신사회계층의 연구에선 이 논문은 부친의 직업을 근거로 분석하고 있다.
각료의 경우 이 정권은 66.9%, 현정권은 61.1%가 중·상류층의 가정배경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이 정권 하에서 대·소 지주 및 자작농 출신이 73.1%이던 것이 현정권에 와서는 55.8%로 줄어들고 그 대신 이 정권 하에서 보다 상공업자 및 관료출신의 비중이 6.7%에서 19.4%로 늘어났다.
이런 경향은 대체로 우리사회의 유력한 사회계층으로 전통적으로 인정되던 지주 등의 세력이 완만하지만 차차 상공업자·관료 등의 세력에 밀려나는 19세기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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