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유엔」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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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제30차「유엔」총회가 개막된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전쟁의 참화로부터 인류를 구한다는 사명을 띠고 출범한 범세계적인 국제기구「유엔」이 이제 어느덧 한 세대를 넘겨 성년기에 달한 셈이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오늘에 와서도「유엔」은 동서냉전뿐 아니라 남북의 대립이라는 새로운 냉전의 출현으로 그 본연의 평화유지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유엔」총회는 또한 미·소·서구 등 50년대의 주역들에 대해 사사건건 대항하려는 새로운 세력권-「비동맹」「그룹」의 출현으로 더 한층 커다란 진통을 겪고있다.
금년총회는 특히「리마」비동맹회의와 자원문제 특별총회가 열린 직후에 개막된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새로운 대립상을 더욱 뚜렷이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배경으로 한 올해 제30차 총회는「한국문제」와「팔레스타인」문제, 「이스라엘」축출문제, 남북문제 등과 관련, 주로 제3세계 비동맹권, 또는「못 가진 나라」들의 거센 공세로 열띤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한국문제」역시 제3세계의 전반적인 공세의 일환으로 취급될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달리 우리의 각별한 주의와 외교적 역량 발휘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북괴는 올해 총회의 이 같은 특수한 분위기에 편승해 재빨리「리마」비동맹회의 등 일련의 외교공작을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와「유엔」군 사령부의 무조건 해체, 그리고 한국을 빼돌린 미-북괴 평화협정체결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내놓게 하고 있다.
이 결의안이 한국의 호립화와 안보약화를 겨냥한 지극히『반「유엔」적』인 술책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유엔」본래의 사명은 한나라의 공산폭력 혁명을 조장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며, 상이한 사회체제와 생활양식의 평화로운 공존을 보장하는 보편적 국제기구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만의 하나라도 일부 비동맹국가들이 미국과 서구에 대한 종래의 감정적 적대감 하나 때문에「한국문제」를, 「로디지아」나 남아연방을 보는 눈으로 동일시하여 편파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그것은「유엔」의 이름을 오용하는 대단히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유엔」은 가장 공평하고 보편적이며 공존적이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유엔」을 빙자한 일부「비동맹」의 지극히「동맹」적인 편파행동으로 인해 행여 북괴의 계략이 고무된다면 그것은 현존 한국휴전상태의 교란과 동북아의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한국의 휴전상태의 유지야말로「유엔」의 가장 막중한 책무인 동시에 세계평화의 관종 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나 국민으로서는「유엔」에 대한 정도 이상의 의존자세나 환상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유엔」의 결의란 한 나라의 생활과 안전에 관한 한, 하등 강제적인 구속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안보 역시 우리만이 다져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유엔」에서의「한국문제」토의는 이번 총회에서 서방안과 공산안의 동시가결이라는 해괴한 결말로 낙착되든 안되든, 앞으로는「한국문제」의 연례 행사적 토의에 종막을 고해도 좋을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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