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단, 표절시비로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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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법정 문제로까지 비화된 아동문학계의 표절시비는 아동 문단의 고질적인 파벌 분쟁이 마침내 표면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동 문단이 「한국 아동 문학가 협회」(회장 이원수)「한국 아동 문학회」(회장 김영일)의 양대 지류로 갈린 것은 71년도의 문인협회 이사장 선거가 계기가 됐다. 분과 위원장 선거에서 김요섭씨가 아동 문학 분과위원장에 당선되자 박경용씨를 지지하던 일부 젊은 문인들이 문협 아동 분과와는 별도로 이원수씨를 정점으로 한 「한국 아동문학가 협회」를 구성했고 그로부터 2개월 후 김요섭씨를 지지하던 문인들이 「한국 아동 문학회」를 창설. 이에 맞선 것이다.
그후 이들 두 단체는 최남선·방정환·마해송·윤석중·박목월씨로 이어지는 한국 아동 문학의 정통 계승 문제를 두고 기회 있을 때마다 정면충돌해 왔다. 이번 말썽의 발단이 된 「한국 아동 문학가 협회」편 논문집 『동시, 그 시론과 문제성』속의 『표절 동시론』(8월6일자 본면 소개)도 그 동기는 순수한 것이었다고 하나 잠재적인 파벌 의식의 발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표절 동시론』에 언급된 10여건의 표절 사례가 모두 「한국아동문학회」회원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한국아동문학가협회」의 근본적 실수는 문제가 된 송명호씨의 동시 『시골 정거장』과 최계락씨(고인)의 『가을』이 명백히 비슷하다는 근거 없이 모작으로 단정을 내린데 있으며 집필자도 아닌 이현주씨를 집필자인양 내세운데 있다. 아동 문학가 협회의 중요 간부인 이영호씨에 의하면 문제의 『표절 동시론』은 회원들이 자료를 수집, 이오덕씨가 정리했는데 같은 책에 이오덕씨의 논문이 수록돼 있어 부득이 필자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물론 문학에 있어서 표절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표절행위를 지적했다는데 잘못은 있을 수 없으나 굳이 필자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의도적으로 상대 단체 회원들만의 표절 및 모작행위를 몰아서 헐뜯었다는 인상은 지워버릴 수 없다.
이 문제가 법정에서 해결돼야만 할 문제인지, 피차 냉정을 되찾아 논리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인지 아직은 단정을 내릴 수 없으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아동문학계 전체가 정화돼야 한다는 것이 문단 전체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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