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의 「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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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학교 「과학」교과서의 내용 가운데 몇 군데 잘못된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서울시 교육 위원회가 중학교 과학 담당교사들을 모아 「과학」교과서 중에 예시된 각종 실험결과를 검토한데서 밝혀진 사실이다.
여기서 지적된 잘못 가운데는 용어가 통일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 거짓으로 밝혀진 낡은 학세, 교과서 지시대로 하면 실험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 등 한마디로 과학 교과서답지 않은 비과학적 교과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교과서는 각 교과가 전달하려고 하는 지식경험의 체계를 쉽고 명확하고 또한 간결하게 편집해서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습의 기본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장 세심한 추고를 거친 것이어야 한다.
문교부도 이같은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기 때문에 문교부 안에 수많은 편수관들을 두는 한편 사계의 권위자들을 망라한 교과 과정 심의기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최근 수년래 문교 당국자는 일부 학자들의 강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중학 및 고교용 7개 과목 교과서의 단일화 작업을 단행한 바 있고, 이어서 올해부터는 중학교용 수학·과학·체육·사회과 부도 등 4개 종목과 인문계 고교용 일반사회·정치경제 등 2개 종목의 교과서 단일화를 추가로 실시하고 있는 줄 안다.
이같은 교과서 단일화 작업의 목적은 각 교과마다에 주체적 민족사관을 통일성 있게 반영시키고 검인정 교과서의 난립에 따른 부실한 서술을 막기 위한다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말썽이 난 중학교 과학 교과서도 그러한 단일화 작업의 결과로 만들어졌으며 비록 검인정이기는 하나 국정이나 다를바 없이 전국적으로 채택된 점에서 더욱 정확성을 기했어야 마땅하다.
물론 교과서의 잘못은 비단 이번 중학 「과학」의 경우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최근에 말썽이 된 것만 하더라도 지난해에 단일화한 중·고교의 「국사」교과서에서 이론이 분분한 단군 개국의 신화와 기술의 단정적 표현이라든가, 인문고교 「국사」에서 성리학 체계의 기술부문에 대한 빗발치는 이의 등은 그 몇 가지 본보기라 하겠다. 또 국민학교 「국어」교과서가 다른 과학 교과서보다도 오히려 어록 수록이 모자란다는 지적들도 중대시 해야할 문젯점이다.
애당초 교과서 단일화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적잖은 학자들이 학문의 획일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발했던 것을 상기한 반면 그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된 단일화 교과서는 보다 완벽한 개편이 이루어지고서야 그 본래의 취지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겠는가.
그런데도 단일 교과서가 이처럼 많은 잘못을 지닌 것이라면 애당초의 명분은 그만 두고라도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올바른 것」으로 기준 삼아 공부해야할 것인지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오늘날 각국은 저마다 국가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목표아래 그 기본이 되는 교과서의 정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 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점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것」조차 잃고 졸속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교과서를 어린 학생들에게 들려줬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국의 조속한 시정조치가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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