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받는 스위스 은행의 비밀 구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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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위스」의 은행은 건실성과 신용이 두터운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비밀의「번호구좌」가 있어서 예금자의 비밀을 완전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위스」정부와 국립은행이 「스위스·프랑」의 급등 요인으로 되어 있는 단기자금의 유입을 막기 위하여 이 비밀구좌를 규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 은행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수출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계에서는「프랑」의 앙등이 수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하여 정부에 대하여 단기자금 유입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있는 실정.
「스위스」 은행의 비밀번호 구좌는 성명을 밝히지 않고 예금과 인출이 가능하게 되어있는 특수한 제도이다.
이 구좌는 「스위스」에 예금을 갖고 있었던 독일의 유대인을「나치」의 협박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1934년의 「스위스」은행법 47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해서 직무상의 비밀을 누설시킨 은행원은 최고 2만 「스위스·프랑」의 벌금 또는 6개월 이내의 징역이라는 엄한 형을 규정했다.
이 비밀구좌에 대한 규제 설이 나돌자 「스위스」의 3대 은행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여 『전반적인 경제 정세로 보아 비밀예금의 폐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국립 은행 당국자도 은행의 비밀주의를 인정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이 문제가 국민투표에 붙여지면 부결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 한다.
대부분의 은행가는 비밀구좌 제도는 은행내의 안전을 높이는데 있어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독재 체제하 국가의 명사나 시민의 예금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취리히」의 어떤 대 은행의 간부에 의하면 실제에 있어 비밀구좌는 예금구좌 전체의 약1%에 불과하며 아마도 중권 구좌의 10%정도라는 것이다.
만약에「스위스」의 비밀구좌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탈세자나 「갱」·오직 정치가들은 재산은닉 천국을 잃게 된다.
그러나 「스위스」의 은행가는 어떤 돈이라도 받아준다는 해외에서의 평판이「스위스」 의 위신을 손상시키고 있다(「로이트 윌러」국립은행 총재)고 비판하더라도 비밀구좌 폐지의 반대가 강한 만큼 그리 간단하게 폐지될 것 같지는 않다.
한때「스위스」의 은행이 탈세 등에 이용되고 있는 의혹이 있다고 하여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섰다고 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이때에도 결국 유야 무야로 끝나버렸다는 사례가 있다.【KNS 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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