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여는 여류도예가 8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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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을을 맞으면서 여류미술계행사의 「팡파르」를 울리듯 도예가 8명이 여름내 무더위속에 구워낸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기쁨을 함께 펼쳐 보이는 이 도예전에는 황종례교수와 신예작가 7명이 참여했다.
공예작가들이 제작하는 작품은 흔히 여상위주의 「오브제」로만 생각한다. 실용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도자기의 경우에도 소중하게 보관하려는게 일반의 상례인 것 같다. 작가 자신도 은연중 그렇게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용과 미라는 공예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번 황종례여사(국민대교수)는 후진들을 설득해 용과 미에 부합되는 「여류도예전」을 열기로 했다. 9월3일∼9일 서울양지화랑에서 갖는 이 전시회는 말하자면 실험적인 보급운동이다. 작가의 도자기가 반드시 비싼 것만도 아니고 실용을 떠난 「오브제」가 돼서도 아니되겠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가정침투로 도자기인구를 확보하자』는게 지상목표라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작가가 보다 많은 제작으로 활발해짐은 물론 여생들의 여가를 이용한 취미제작도 가능해지리라는 결론이다. 나아가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 도예의 침체된 상태를 벗어나는 지름길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그룹」전에 참가한 여성들은 대학조교·강사급의 중진 및 신진작가들. 황종례씨를 비롯, 김수정·김진우·손정리·유혜자·이경희·장진·조정현씨등 8명이다. 가정에서 실용할 수 있는 소품을 주로 출품하고 또 값에 있어서도 1천원부터 시작하겠다고 한다.
용과 미를 겸전하고 또 경제적으로부터 부담을 주지않는 자기제품을 보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실험을 거듭한다면 결코 무리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동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얼마만큼 지속하느냐에 달려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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