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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본고장 영국에 국영기업 유해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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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 수정 자본주의가 독점 자본의 횡포와 주기적 공황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해냈던 주요 산업의 국유화 조치가 본고장인 영국에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요컨대 타산을 무시한 비능률적 경영으로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이코너미스트」지가 분석한 국영기업 유해론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주>
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국의 국영기업들은 지난 71년이래 만성적인 적자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반 사기업에서는 감히 꿈도 못 꾸는 각종 특혜 조치를 누리면서도 해마다 적자폭만 늘려 가는 것이다. 게다가 별표의 적자폭은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보조비를 수입으로 계산해서 뽑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보다 훨씬 적다.
예컨대 국영 철도의 경우 지난해의 적자가 1억5천8백만 「파운드」로 되어 있으나 정부에서 1억5천4백만 「파운드」의 운전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았더라면 두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현재 영국은 철도 사업에만도 연간 8억「파운드」의 보조비를 지급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납세자들이 1인당 연간 40「파운드」씩의 철도 지원비를 무는 셈이며 이것은 영국 가정의 철도 운임 지출비의 3배에 해당한다.
체신 사업도 마찬가지다. 전신 전화 부문에서 연간 1억9천5백만 「파운드」의 적자를 낸 것은 이 방면의 세계 기록인 것이다.
국영 석탄 생산국이 3천4백만 「파운드」의 흑자를 올려 상당히 분발한 것 같지만 이것 역시 6천8백만「파운드」의 정부 보조비를 수입으로 계산한 결과다.
또 「브리티쉬·스틸」사는 75년 중에 8천9백만「파운드」의 흑자를 내었으나 76년에는 2억5천만 「파운드」의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천하 없는 대기업이라도 연간 4∼5억「달러 의 적자를 연거푸 내면서 파산을 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데 영국의 국영 산업은 『장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몇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로 인해 국민들의 주머니가 그만큼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영업체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쏟아 붓는 거액의 보조금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윌슨」 정부는 신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국영기업의 수지가 적자 기조를 벗어나 일단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말의 실제 의미는 연간 10억「파운드」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외형상의 적자를 없애겠다는 얘기였다. 전년도의 보조금 지출 총액이 6억2천9백만 「파운드」였으므로 놀랄만한 증액인 셈이다.
그렇다면 국영기업체가 어째서 적자 투성이냐는 문제가 설명되어야 한다. 국민의 조세 부담과 직결되는 이상 그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서 빠른 시일 안에 제거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여기서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측의 해명에 의하면 국영기업체의 적자 원인은 가격 통제에 있다.
철도·석유·개스·강철 등 국영기업체의 생산품 가격은 모두 물가 수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적자를 각오하고 「인플레」 진압에 이바지하기 위해 가격수준을 낮게 책정했으며 이 때문에 수지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계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무책임과 방만하고 비능률적인 국영기업 특유의 병폐가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선데이·텔리그라프」지가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와 같은 견해와 일치했다.
즉 각각 1백20만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21개 민간 기업과 8개 국영기업의 74년도 임금 상승률을 비교해 봤더니 민간 기업의 종업원은 생계비 상승률보다 2%정도 상회한데 반해 국영기업 종업원은 10·5%나 상회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영기업이 합리적인 경영 원칙을 가지고 있었던들 연간 수억「파운드」의 적자를 내면서 그처럼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할 리가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사실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국영기업은 흔히 「무주의 기업」으로 취급된다. 사유 재산 제도의 오랜 전통 아래서 길들여진 일반적 관습이 결국 국영기업의 무절제하고 방만한 경영을 보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영국의 국영기업체 종업원들은 노조의 힘으로 임금 인상을 강행할 경우 마침내는 기업 자체가 날아가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점은 국영기업의 경영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끊임없이 정부 보조비가 나와서 도산을 막아 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환영은 고쳐야 한다. 단적인 예로 현재의 국영 철도를 근본적인 경영 개선 없이 그대로 유지하려들 경우 연간 8억 「파운드」의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이와 같은 출혈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국영기업의 비능률적 경영이 고칠 수 없는 고질이라면 차라리 민간 기업으로 환원해서 창의와 합리화를 달성토록 해야 할 것이다. <영 「이코너미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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