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추행 피해자에게 가해 교수 강의 들으라는 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 두 명이 학생 성추행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뒤 정직 3개월을 거쳐 올 1학기부터 강단에 복귀했다. 이들이 가르치는 3학년 전공 과목 수강생 중 일부는 두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거나 다른 학생이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진술서를 쓴 학생들이다. 그런데도 대학본부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성희롱 교수에게 강의도 듣고, 학점도 따게 했다.

 국립대인 공주대는 성희롱 예방과 피해자 구제에 대한 기본과 상식조차 모르고 있다. 모든 교육기관이 반드시 시행하도록 돼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추진계획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는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려는 최우선적인 조치다. 이 대학은 이런 규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성추행 교수의 권리 운운하다 뒤늦게 두 교수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학 내 성희롱 또는 성폭력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교수와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측은 교수들의 권리를 앞세워 피해 학생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등한시해선 곤란하다. 피해 학생들이 또다시 입을지도 모를 마음의 상처, 학점이나 취업 등 현실적 불이익을 방지하는 데 우선적인 관심을 둬야 맞다. 공주대는 무엇보다 피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가해 교수들과 분리 조치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73조의 3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는 점에서 직위해제가 가해 교수에 대한 가중처벌은 아니다.

 교육부 역시 이 문제를 대학에만 맡기지 말고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 허점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다. 가해자 징계도 중요하나 피해자들이 학교에 재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