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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탕트」를 딛고서는 「브레즈네프」체제|소련 공산당 25차 대회를 앞두고 정지 작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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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10월로써 「브레즈네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권력의 정상에 오른지 11년째가 된다. 대내적으로는 중동 정책과 소비재 생산 향상 정책, 대외적으로는 동서 화해정책을 추진하며 이른바 「브레즈네프」체제를 확립해 온 그는 최근의 「유럽」안보 및 협력회의의 실현으로 한층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올 가을에 소집을 추진 중인 「유럽」공산당 대회와 미국에서의「포드」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내년 2월로 예정되고 있는 제5차 소련 공산당 대회까지 「브레즈네프」의 이러한 입장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소련에서는 이미 내년의 당 대회를 앞두고 앞으로 5∼15년 동안의 외교정책·경제계획·국내 정치문제 등에 관한 기본 원칙들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이 문제를 토의하고 완결 짓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소련의 지도 노선 및 새 지도부 형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즉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오던「브레즈네프」의 은퇴설 내지는 후계자 문제에 관한 그의 의중이 어느 정도 파악되리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내년의 25차 소련 공산당대회는 승진과 강등, 일련의 인사 조치가 취해져 각 기관의 주요 지위를 「브레즈네프」의 지지세력으로 보완, 지도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흘러나온 소식통들을 종합해 볼 때 현재 「크렘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68세의 고령에 건강도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브레즈네프」가 제1인자로서 당 서기장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느냐의 여부보다는 그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반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 체제가 굳어지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레즈네프」는 집권이래 전략무기제한 회담 등을 비롯한 서방과의 화해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해 왔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대해 그가 어떤 형태의 개혁을 원하고 있는지 밝혀지지는 않고 있으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소련 경제에 중요한 변혁을 그가 시도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는 40년전 「스탈린」에 의해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여 정치제도를 자유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브레즈네프」가 이러한 문제들을 추진하는데는 여러 차례의 기내 정리작업이 실시돼 왔고, 앞으로도 그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모스크바」를 비롯한 연방 공화국의 각 주요 지위에 자신의 지지세력을 확보하며 순조롭게 지도부의「선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문제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 지금까지 그가 추구해 온 작업의 「생명」은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한 정지 작업은 이미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연방의 몇몇 공화국의 지도부의 주요 지위가 「모스크바」에서 파견된 「브레즈네프」측근의 인물들로 대체된 것은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밖에 평가 할 수 없다.
이러한 작업들을 위해 「브레즈네프」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정력적인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현재 다음 단계의 5개년 경제계획이 성안되어 당 및 정부 지도층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90년까지의 소련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관해 광범한 당 지침을 수립하기의 한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브레즈네프」자신이 이에 깊숙이 관여하여 61년「후루시초프」에 의해 마련된 공산당 강령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브레즈네프」자신 얼마 전 『내년의 공산당 대회 준비가 매우 어렵다』고 실토하며 『시간은 없는데 앞으로 방문해야 할 곳이 많고 일거리가 너무 많다』고 불평한 사실은 그 자신 내년의 당대회 준비작업에 개인적으로 깊숙이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실상 그는 7월말의 「유럽」안보회의 정상 회담에 참석한 뒤를 이어「유럽」공산당 대회. 동구 공산권 정상회담, 미국 방문 「스케줄」에 이어 서독과 「프랑스」·「이탈리아」등의 방문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회담 성과들은 내년의 공산당 대회까지 그의 당내 입장과 지위를 한층 확고히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브레즈네프」의 모든 조처들은 「브레즈네프」가 은퇴 할 경우의 소련정치판도를 결정짓는데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은 틀림없다. 그가 집권한 지 10년째가 되는 지난해부터 내년 2월의 공산당 대회를 전후하여 은퇴함으로써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하는 첫 번째 소련 지도자가 되리라는 풍문이 나돌았었다.
작년 말과 금년 초 그가 와병으로 7주 가량 공석 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이러한 추측을 더욱 신빙성 있게 해주었었다.
그러나 건강 문제에 관한 한 최근의 「브레즈네프」의 활동으로 보아 그는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후계자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뜻을 지닌다. 실상 당 서기장의 지위를 계승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인물은 체제상 현재의 정치국 정 위원과 후보 위원 및 중앙위 서기국의 「멤버」를 합쳐 25명에 이른다. 「브레즈네프」체제가 강화되기는 했으나 이들의 「브레즈네프」의 국내외 정책에 대한 호·불호가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누구나 자기류의 인물이 후계자로 되어 「크렘린」안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경쟁이 있으리라는 것은 능히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과정을 통해 누가 후계자로 등장할 것이냐는 문제는 앞으로 소련의 내외 정책을 설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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