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풍중시』농촌지방서도 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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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곽동혜교수, 안동주민 6백50명 상대로 조사>
현대의 가정에 있어서 가풍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은 시류에 따라 서서히 퇴색해가고 있는 것 같다. 도시의 가정에선 물론 보수적이고 전통있는 지방의 가문에서조차 가풍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의 가장 보수적인 지방으로 알려지고 있는 경북안동지방의 하회·도산등 10개농촌의 주민6백50명 (남3백명, 여2백개명)을 대상으로 한 효·가풍·가업·여권·성씨등에 대한 가식관조사에서 밝혀졌다.
안동교대 곽동혜교수(사회학)가 조사, 발표한 논문 『가족법에 관한 논문』(안동문화재5집)에서 주요골자들을 소개한다.
곽교수에 의하면 가풍은『경우에 따라 필요하다』라는 소극적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57%)『언제나 필요하다』는 의견은 3분의1정도로 현대생활속에서 그것은 차츰 사라져 가는 경향을 보여주고있다.
여권에 대한 의견은 「모든것을 참는다』(인종)보다는 『경우에 따라 참는 것이 낫다』는 사람이 더 많아 여성들이 자기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음을 드러냈다.
결혼후 부모와의 동거문제는 부모와 동거를 희망하는 편(45%)보다 분가를 원하는 편(48%)이 많아 이른바 핵가족현상은 전통적인 농촌사회까지 깊숙이 확산되고 있는 인상을 보여주었다. 노후에는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의견이 56%를 보여 가치관이 미정립된 혼란상태를 드러냈다.
전통사회에서 「더부」로 되어 있던 재혼에 대해서 응답자의 과반(52%)이 찬성의 의견을 표명했다. 그 들이 꼽는 이혼사유의 첫째는 『상대방에 애인이 생겼을 경우』 (36%) 로서 축첩제에 대한 강한 반발을 보였다. 다음은『성격이 맞지 않을 때』 (25%), 『성병이 있을 때』,(24%)의 순 이었다. 『시부보의 학대』(5%), 『남편의 수입이 적을 때』(4%)등은 거의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이 같은 현상은 가정에 의한 원인보다 개체에 의한 이혼사유를 더 앞세우는 것으로 의식의 근대화를 엿 볼 수 있다.
부모에의 효도와 관련, 자녀들의 책임소재를 물은데 대해 『장남이 져야한다』가 아직도 가장 많아 반수에 가까왔고 자녀들 전부가 져야 한다는 대답도 41%나 되었다. 이것은 곧 상속에 대한 의견으로도 나타나 장남 우위가 53%를 점했으나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누어 져야 한다는 대답도 42%나 되었다.
성씨에 대한 가치관은 의외로 보수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인구의 반수이상(54%)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성씨의 우열」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보수성이 높은 안동군지역에서는 70%이상의 주민이 아직도 성에 우열의 구분을 믿고 있다.
응답에 대한 곽교수의 종합평가는 우리나라 농촌사회의 일반적 경향이 개인의 자유·평등이 억압되던 가정위주의 집단사회에서 개인주의사회로 변모하고 있으며 비록 현실은 전통과 근대화라는 일원적 구조 아래 상호모순된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으나 근대화로 이행되는 과정임에는 틀림없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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