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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국역본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석가모니가 득도한 후 21일간에 걸쳐 설법한 내용이 담긴 불교 최상승의 경전 『화엄경』이 완전 국역되어 출간되었다. 대원암의 조실 이며 동국대 선원장인 김탄허 스님(63)에 의하여 완역된 이 책은 『신화엄경합론』으로 화엄경이 번역되기는 한역에 이어 국역이 두 번째.
이 역서의 특징은 실우난타(1천5백년 전 인도의 고승)가 한역한 『화엄경』 80권과 동시대 이통현의 『화엄론』 40권 등 1백20권에 구절마다 화엄경 최고의 주역이라고 일컬어지는『청량류묘화엄경』 1백50권을 삽입하여 한글 해석과 주를 달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한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기 쉽게 되어 있다.
그가 화엄경의 번역에 뜻을 둔 것은 유 소년기를 통해 배운 유교·노장 철학에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6·25동란을 거치면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는데는 신라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엄 사상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대산 월정사 방막암 스님으로부터 화엄 사상의 광대 무비한 이치를 깨친 그는 1957년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원고지를 살 돈도 부족하고 「잉크」도 사지 못하여 며칠씩 쉰 날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심 참담했던 일들을 회상한다.
만10년의 작업 끝에 66년 탈고를 했을 때는 원고지 장 수가 6만2천장이나 되어 그가 거처하는 방에는 그 이외에 들어갈 틈이 없었다.
탈고 이후 원고 수정 관계로 일독을 할 때는 주야로 6개월이 소요됐고 그후 1만5천「페이지」를 모두 사진 조판하는데 7년이 걸렸다. 지난해 9월 최초로 견본이 나왔는데 그후 8개월 만인 금년 6월말에 47책1질로 된 3백 질을 한정판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무려 18년, 그의 평생을 바친 노작이었던 셈이다.
탄허 스님의 설법에 의하면 화엄의 원리란 『인간 스스로가 우주 밑바탕의 근본적 주체임을 확인하는 부처의 말씀』이라고 한다. 부처가 득도한 후 화엄 사상을 설명하자 사부 대중의 아무도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쉽게 풀어 『아함부』를 12년, 『방등부』를 8년, 『반야부』를 21년, 『법화부』를 8년간 설법하여 49년을 가르친 다음 비로소 화엄 사상에 대하여 언급했다고 한다.
최초의 집필부터 곡 18년만에 책을 손에 쥔 탄허 스님은 그 기분이 마치 한숨 잠을 자고 났을 때와 같다면서 화엄경을 옹호하는 팔부 신장의 도움으로 일을 끝낼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요즘도 원고 작성 때와 같이 건강하긴 하나 오랜 집필 관계로 오른팔에 신경통이 생겼다고 하며 쓱 뜸질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화엄 사상의 포교와 화엄경과 함께 그가 세계의 삼대 해라고 믿는 주역과 도덕경의 번역에 일생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 책이 한글을 아는 모든 사부 대중의 도의 의식 앙양에 일조가 되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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