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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안재홍 역사책 『조선상고사감』 번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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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재홍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민세(民世) 안재홍(1891∼1965) 선생의 대표적인 역사서 『조선상고사감』(우리역사연구재단)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중국의 북경중앙민족대학에서 언어인류학을 공부한 김인희씨가 번역하고 주석을 달았다.

 민세는 일제치하→해방공간→분단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세월을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살았던 정치인·사상가·역사학자이기도 했다. 그의 이력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는 ‘열린 민족주의’다. 민족을 우선시하되 ‘우리 민족만’이라는 좁은 틀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인류애를 염두에 두는 사상이다. 역사 연구는 그런 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민족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는 세계주의를 논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책은 일반적인 역사책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시대 순에 따라 주요 사건을 인과의 고리로 엮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지명이나 관직명 등 언어에 주목했다. 한 단어의 언어학적 뿌리, 다른 단어와의 유사성 등을 따져 기자조선·고구려·백제·신라부여 등 상고(上古)시대의 역사를 구축했다. 그가 언어학을 활용한 까닭은 상세한 역사기록이 충분치 않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인용한 역사서는 『삼국사기』 『사기』 『산해경』 『일본서기』 등 70권이 넘는다. 당시 도움이 될 만한 한·중·일 역사서는 대부분 활용한 느낌이다.

 그는 당대의 역사가들이 단군·기자조선으로 설명하던 2000년 역사를 부여조선사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또 언어학적 통찰에 바탕을 둔 일종의 역사공식을 만들어 한반도에서 명멸했던 각 나라의 발전양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번역자 김인희씨는 “요즘 기준으로는 잘 설명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테지만, 언어인류학적 방법으로 역사서를 집필하려는 시도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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