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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한기 출판계에 전집형식의 수필류 발간「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하한기라고 해서 예년같으면 신간한권 구경하기조차 힘들었을 요즘 느닷없이 수필집, 그것도 전집류 수필집이 출판가를 휩쓰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1개월사이 간행된 개인수필집만도 최신해 조연현 김우종씨등 10여권에 달하고 있으며 민음사는 오늘의 산문선집을 기획, 1차로 김수영 유종호 김현 김화영 강은교씨등 5명의 산문집을 내놓았고 문인협회수필분과위원회가 수필18인집을, 범우사가 『한국수필75인집』을, 그리고 한국수필문학회가 『현대수필62인집』을 각각 출간했다.
이러한 수필 「붐」을 타고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8월중 거의 동시에 출간될 범호사의『한국수필전집』(전20권)과 을유문화사의 『한국대표수필문학전집』(전12권)의 전집대결. 한국수필가협회가 기획한 『한국수필전집』은 김진섭 마해송등 작고문인을 포함한 2백여명의 작품을 망라, 한국수필을 총결산한 수필전집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펜·클립」한국본부가 기획한 『한국대표수필문학전집』은 최익현 전길준 박은식등 구한말까지로 필진의 범위를 넓혀 한국수필의 역사적 흐름까지 개관할 수 있다는 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60년을 전후하여 김형석 이어령씨등에 의해 한바탕 수필 「붐」이 휘몰아친 적이 있었으나 이제까지 수필은 「신변잡기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어왔고 따라서 그것을 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회의적이었었다.
최근에 이르러 수필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한꺼번에 높아지게 된 것은 문학 그 자체에 대한 일반의 가치관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견해도 전혀 근거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이러한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풀이하면서 문학의 엄숙성에 대한 잠정적 반발도 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작가 신상웅씨는 『진지한 문학작품보다는 가볍고 짧은 글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맛보려는 독자취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어쨌든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수필「븜」이 앞으로의 우리 문학 혹은 출판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것인지 주목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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