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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사육"하는 소련의 「엘리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산주의를 지향한다는 소련사회의 「엘리트」군도 다른 나라의 경우나 매일반으로 『평등주의하의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영국 「서레이」 대학의 「마빈·매듀스」 교수의 연구조사에서 밝혀졌다.
계급적 차이의 폭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고정화되는 경향을 드러낸 셈이다.
이들 「별천지」 주민들의 성분을 보면 대개가 정치·행정·경제분야의 하급관리고 전문가, 또는 「화이트·칼러」족이다. 70년대 초를 기준해서 볼 때 소련엔 약 25만명 정도의 피고용자가 「엘리트」 신분에 합당한 최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매달 4백50「루블」(3백17·25「달러」·1「루블」은 0·705「달러」)의 정규 봉급과 「플러스·알파」가 있다는 것. 이 액수는 소련 평균임금의 3·5배에 상당하는 것이라 한다.
이에 비해 지방 당 위원회의 제1 서기급과 대학·전문학교·연구소의 최고 책임자가 월6백「루블」(4백23「달러」)을 받아 그보다는 고소득부에 속한다. 약8천명에 달한다는 생산·건축·수송부문 경영책임자의 경우도 이와 같다.
약3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장 이상의 고위장성이나 KGB간부도 그보다 낮지는 않다는 보고며 수 천명 규모의 대사급 외교관들은 영화로 연봉 2천5백「파운드」(1천42「달러」)의 정규수입 말고도 여행편의·숙박시설·서구제품 입수 등 부수입(?)의 재미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병원장·판검사의 대우는 월4백50「루불」정도로 형편없이 낮다.
그러면 중앙정부의 권력자들은 얼마나 받을까. 표면상으로는 「브레즈네프」의 월급액수가 9백「루블」(6백34·5「달러」) 당중앙위 다른 서기급들의 경우가 7백 내지 8백「루블」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이 보이나 실제로는 각종 2차적 급부 덕택으로 최고의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 「엘리트」들이 비록 소득상으로는 일반 주민보다 3∼4배나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민법상으로나 신분상으로는 전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부의 무제한 확대를 꿈꿀 수는 없다.
가령 어쩌다가 개인적으로 의료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소득의 70%를 세금으로 바치도록 되어 있다.
말하자면 소련「엘리트」는 국가에 의해 육성되고 고용되고 또한 억제 당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레닌」의 당조직 이론 이래 소련의 국책으로 굳어졌으며 「스탈린」 당대에 와 제도화되었다. 「스탈린」은 보통 노동자와 숙련 노동자, 일반 주민과 당 간부의 소득격차를 엄격히 규정, 「엘리트」 우대 정책을 전통화 한 장본인이다.
「엘리트」우대 정책은 파격적인 세법상의 특혜와 사생활의 비밀보장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 있다. 소득세는 수입의 13%, 상속세는 10%에 불과해 일반 시민과 천양지차를 보이는 것이다.
사생활에 있어서는 「엘리트」층의 높은 소득액수나 상류·소비수준 따위는 엄격한 비밀의 장막에 감춰져 있으며 이들만이 매달 32장의 특별증권 「루블」을 배급받는가 하면 「모스크바」의 특권층 전용 「쇼핑·센터」인 「그라노프스키」가에 나가 고급 소비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보건성에는 속칭 「제4과」라는 특별 부서가 있어 「엘리트」 전용의 약품판매·의료혜택 부여를 전담하고 있기도 하다.
「특혜」라는 점에 있어서는 휴가시설도 마찬가지다. 특권층의 「레스트·하우스」는 보통사람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그들의 주택가는 신분증을 확인한 연후라야 출입이 허가된다.
한때 「흐루시초프」는 당간부의 특별수당을 폐지하려 한 적이 있었으나 그 탓으로(?) 동료들로부터 인심을 잃어 실각하고 말았다.
소련의 「엘리트」는 오늘날 자신의 업무를 일일이 통제 당하면서 부의 축적을 억제하는 국가에 완전히 부속되어 있다.
어느 의미에서 이들은 강력한 주인으로부터 추한 밥대접을 받으면서 얌전히 사육 당하고 있는 인간기계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근회 「뉴·소사이어티」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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