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진기] 라식수술 前 동공크기 정확히 측정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얼마 전 라식수술을 받은 여성이 야간 시력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자살한 보도를 접하고 안과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사건의 진위야 어떻든 근시수술도 각막에 손상을 입힌다는 점에서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부작용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필자는 근시수술을 받기 위해 온 환자 1천3백56명을 분석했다. 결과는 18%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구조의 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근시.큰 동공.얇은 각막 등의 문제로 다섯명 중 한명은 수술을 받고 싶어도 피해야 하는 것이다.

부작용 중 가장 흔한 것은 야간 눈부심이다. 밤에 가로등이나 밝은 불빛을 볼 때 눈이 부시고 불빛 번짐(달무리) 현상이 생긴다.

한두 달이 지나면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일부에선 밤 운전시 불편함이 지속된다. 야간 눈부심 현상은 일단 발생하면 해결이 쉽지 않으므로 수술 전 충분한 검사를 해야 한다.

원인은 레이저를 쪼인 경계부위에서 눈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다. 근시 교정시 레이저는 각막 중심부를 직경 약 6㎜(각막 직경은 약 11~12㎜)정도 깎는다. 그런데 어두운 곳에서 동공의 크기가 레이저를 쪼였던 부위보다 더 커질 경우 깎아낸 중심 각막 부위에서 빛이 산란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수술 전 환자의 동공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동공측정계로 계측해서 동공 크기가 7㎜ 이상이면 야간 눈부심의 위험요소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술부작용이 예견된 환자 중 15%가 큰 동공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야간 눈부심은 밤 운전시 특히 문제가 된다. 따라서 직업이 운전기사인 경우나 가로등이 없는 고속도로를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 등은 피해야 한다.

라식수술 후 야간 눈부심이 생긴 사람은 운전시에 색이 있는 안경을 써서 불빛 번짐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이때 잔여 근시 및 난시를 철저히 교정해야 한다. 부족 교정으로 인한 근시는 밤에 더 심한 시력저하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수개월이 지나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동공 크기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축동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해 웨이브프론트 방식으로 재수술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영기 세란안과 원장(www.seraneye.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