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경기-박기순<한은 특별연구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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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몇 달 전만 해도 국내외 경기의 회복여부에 대한 지배적인 의견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미국을 선도로 하여 세계주요 선진국의 경기는 긴 불황의 저점에서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는데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
우리 나라 경제도 생산·출하·재고·건축활동 LC내도 등 제지표에 비추어 볼 때 선진제국의 회복기미와 현격한 시차 없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매우 고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를 반영하여 5월의 경기예고 지표는 전월과 같은 1·1로서 하강국면을 나타내는 청색신호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이미 알고있는 것과 같이 유류파동 이후의 심한 물가고와 국제수지 적자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진 주요 제국은 총수요 억제 정책을 공책기조로 견지하여 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장율 저하, 실업의 증대, 세계교역량의 위축 등을 가져옴으로써 지난해의 OECD 전체의 성장율은 과거 10년간의 평균성장율 5·2%에서 「마이너스」 0·3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실물경제의 심한 침체상을 벗어나기 위하여 선진제국은 통화가치안정 우선주의에서 경기회복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먼저 세계경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경제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상무성의 경기선도지표는 지난 3월 이후 5월까지 경기하강이 종식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의 감소속도도 계속 둔화하여 5월에는 거의 정체상태인 저점에 달하고 있다. 도매물가도 안정되어 연율 5%의 물가상승율을 보이고 있다.
경기변동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주택착공이 많이 신장되고 있다. 위와 같은 미국경제의 주요지표의 움직임은 경기가 점차 호전국면에 들어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다음 일본의 경우도 미국과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저점에서 혼미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산업생산·출하·재고·건축활동 등을 볼 때 이렇다할 회복기미는 찾아 볼수 없다.
그런데 산업활동의 이와 같은 저조와는 달리 우리가 지적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지난해만해도 31%의 도매물가 상승율을 보였던 물가가 안정되었고 그 위에 무역수지도 2월 이후 계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호전에 물가와 국제수지가 성장을 제동하지 않는 바탕을 조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 나라와 경제여건이 비슷한 자유중국의 최근 경제사정을 보면 우리에게 무엇인가 시사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즉 감소추이에 있던 산업생산은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고 금년 1·4분기중의 무역수지는 2억「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1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물가는 계속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자유중국도 일본과 비슷한 경제기조 위에서 경기호전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4분기 중 5·4%의 성장율을 보였던 우리 나라 경제의 생산활동은 4월에 이어 5월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출하 역시 비슷한 추이에 있다. 건축허가면적도 전달에 이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 나라 수출 주종품인 섬유류를 비롯한 고무 및 피혁제품 등의 활발한 수출과 LC내도에 비추어 볼 때 수출은 세계경제의 호전과 더불어 앞으로 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의 호전에 따라 세계각국의 경기회복은 「싱크로나이즈」, 즉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향에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유류파동에 대처하는 주요국의 정책처방이 비슷하다는 점과 자본이동과 무역의 자유화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나라 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옮겼을 뿐이다. 즉 74년의 OECD제국은 부의 성장을 보였으며 특히 일본 「마이너스」 1·8, 자유중국 0·6인데 미국은 8·2%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금년에도 우리 나라는 7%의 성장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금년의 성장목표 7%는 우리 나라 경제가 현재의 기조대로 간다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계절변경을 조정한 작년 1·4분기 GNP가 정점에 있었다가 연내까지 하강하였었는데 금년의 1·4분기에 GNP가 전년 동기비 5·4%라는 높은 수준의 증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유류가 인상으로 GNP의 약5%에 해당하는 소득누출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연간 약7∼8%의 높은 성장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고성장 뒤에는 일본이나 자유중국과 같은 무역수지호전·물가의 안정을 가져오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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