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신용장 늘어나도 소화 못하는 섬유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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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월부터 수출이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수출 신용장의 42%에 해당하는 섬유제품이 기능공 부족과 업계의 시설확장 주저로 수출의 급격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신용장 증가에 비해 실속증가가 더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4일 관계당국에 의하면 지난 5월말 현재 수출신용장 내도액 누계 19억3천1백12만「달러」 가운데 섬유제품 신용장이 8억2천2백42만「달러」로 전체의 42·6%에 해당,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수출실적면에서는 전체 17억1천3백40만「달러」 가운데 섬유제품이 32%에 해당하는 5억4천8백70만「달러」로 섬유제품의 신용장과 실적간의 「갭」이 2억8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신용상과 실적간의 「갭」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4월부터 신용장 내도가 급격히 늘어나 시차적으로 일어난 것이고 6월부터는 「갭」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의 기능공 부족과 시설확장 주저가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수출신용장의 상당한 부분을 소화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업계가 시설확장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오는 10월로 예정되고 있는 원유값 인상설 때문에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고 ▲섬유제품 신용장이 수입국의 수입규제 움직임과 관련, 수입수요가 단기적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 ▲수입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가격 상승이 별반 일어나지 않아 채산성이 좋지 않은 점 ▲불황을 겪은 직후인데다 비상시국으로 사업확장보다 안정에 치중하려는 움직임 등이 작용하여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섬유시설의 가동상황은 면방과 일부 「폴리에스터」와 「비스코스」를 제외한 화섬이 모두 「풀」 가동 상태에 있음에도 증설 움직임이 거의 없고 「스웨터」류는 수출「오더」가 약2개월분 밀려 있으나 상공부의 휭편기 증설 「코터」중 1천대 분이 남아있음에도 사용신청이 없는 형편이다.
한편 업체마다 다투어 기능공을 모집하고 있으나 응모자가 극히 적다.
그나마 일부 업자들은 비싼 돈을 들여 기능공을 자체 양성하기보다는 손쉬운 「스카우트」로 문제에 대처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불황 때 호황의 경우에 대비하는 장기적 안목이 결여, 기능공 양성을 소홀히 해온 것이 이러한 기능공 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국 3곳에 있는 의류·모발·「스웨터」 등 3개 기능공 전문양성소에서 작년 같은 불황 때에도 봉제기능공 6백8명, 「스웨터」 기능공 3백19명, 모발기능공 5백13명을 양성했으나 금년에는 의류 3백명, 「스웨터」 1백50명으로 계획자체를 작년의 절반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모발기능공 양성소는 그나마 지난 4월말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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