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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조영남 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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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가수 조영남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에게 반해 그에 관한 책을 쓰다가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최효정 기자]

능금한알이추락하였다. 지구는부서질정도만큼상했다.

최후. 이미여하(如何)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 이상(1910~37) ‘최후’

20대 초부터 가수라는 직업으로 살아왔다. 가수가 뭔가. 시에 가락을 얹어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니 ‘내 고향은 충청도라오’부터 ‘제비’ ‘화개장터’까지 모두 나를 흔든 시 한 줄이었음에 다름없다.

 일찍이 소월의 시,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의 시 한 줄에 젊은 넋을 놓고 살긴 했다. 그러다 내가 시의 최종판이라 생각한 요절 시인 이상(李箱)이 등장하니, 나는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해설서까지 내기에 이른다. 이상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는 나를 뒤흔들다 못해 ‘미세한 뇌경색’이라는 의학적 진단까지 받게 만들었다.

 이상이 남긴 가장 짧은 시 ‘최후’는 끝내 내 생애의 주제시(主題詩) 한 줄이 되어버렸다. 사과 한 알이 땅에 떨어지면서 지구가 아파했다는 극한적인 대비라니. 사과의 떨어짐과 정신 못 차리고 질식사하는 모습이 장렬하다 못해 통곡까지 하게 만든다.

 나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나의 죽음이 지구한테 이 정도의 상처는 돼야 할 텐데. 아! 이상의 사과 한 알만도 못한 나의 신세여.

조영남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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