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의 재정과 외환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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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무부가 국회에 보고한 75년도 업무보고는 앞으로의 재정금융 정책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참고해야할 문제점들을 많이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재정적자폭의 확대가 금융억제를 강요함으로써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사이의 균형이 크게 교란되어 그 시정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널리 주장되어 왔음은 공지의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5월 중의 총재정수지는 14억원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한계적으로는 재정이 더 이상 금융을 속박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고, 그 때문에 민간부문에 대한 압박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었다.
물론 앞으로 방출해야할 추곡수매자금·연초수매대금등 재정부문의 철초요인을 생각한다면 재정수지가 한계적으로 안정화되어간다고 해서 곧 금융을 크게 풀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재정 측의 입장만 생각해서 민간부문에 모든 주름살을 전가시키는 것은 정부와 민간이 어려운 문제를 나누어 부담한다는 균형감각으로 보아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음으로 5월말 현재의 외환수급실속에 마르면 경정상거래적자가 9억4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를 무역신용 5억2천만「달러」, 은행신용 2억2천만「달러」 등 급전으로 메워 나갔기 때문에 당장은 외환보유고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기신용으로 경상수지적자를 메워 가는 기간을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외환정책은 그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말해서 단기신용증대로 경상적자를 메우는 기간은 그야말로 일시적인 것이어야 하지 장기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단기신용으로 적자를 얼마나 더 메워 갈 것이냐 하는 예정표를 만들어 외환정책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의 경제력에 비해서는 과다한 단기부채의존율을 기록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단기신용에 의한 적자보전방식은 가급적 빨리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내국세감면실적이 74년에 23·6% 75년3월말 현재 18·7%에 이르고 있음은 조세의 정책유도 효과면에서 보다도 불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깊이 생각해야할 과제인 것 같다.
특히 올해 예산에 책정된 세수목표에 비해서 5월말 현재의 갑근세징수실적은 96%, 을근세 1백91%에 이르고 있음을 상기할 때 현재의 세제가 조세의 공평부담, 저소득층의 세부담 경감, 중산층 육성이라는 명분 하에 개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그 역의 효과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검토해야 한다.
물론 임금인상에 따른 자연증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간단히 보아 넘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74년에 44·6%나 오른 물가 때문에 명목임금이 올라서 근로소득세 징수율이 그렇게 되었다면 74년의 세제개혁은 너무나 경제동향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주의라고 평가되어 마땅하다.
그러므로 근로자 재정형성정책 등을 실질적으로 다루려한다면 정부의 지원에 앞서 실질조세부담율을 낮춰준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요컨대 5월까지의 재정 수지동향, 외환수급실적, 그리고 내국세징수실적 등은 하반기 정책운영에 크게 참고해야할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를 정책이 능동적으로 배려해준다면 국민총화에도 기여하는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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