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주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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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7세기부터의 고유물들에 묻혀있는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의 하나에 「반·고흐」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미술관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우선 규모가 작다. 따라서 관람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관람자들이 휴식하면서 실내를 둘러볼 수도 있을 만큼 자리가 넓다. 조명이며 실내온도·습도조절도 이상적임은 물론이다.
이곳을 들렀을 때, 마침 국민학교교사 3명이 각기 아동 여덟명씩을 인솔하여 관람하고 있었다. 아마 미술의 시청각교육시간이었는가 보다.
한 여교사의 아동 「그룹」에 끼어 보았다. 화란어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제스처」로 봐서 원근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유명한 『감자를 먹는 사람』 앞에 왔다. 여기서 여교사는 화란 옛 풍속을 설명하는 듯 했다.
「파리」시절의 그림들 앞에서는 색채에 대한 교육을 하는 눈치였다.
그림을 다 돌아본 그 「그룹」은 다시 「고흐」의 자화상이 걸려있는 앞에 모여 앉았다. 여교사는 아동들에게 감상을 묻는 것 같았다. 한 아이가 뭐라 얘기를 하자 이를 받아 또 다른 아이가 반론을 펴는 눈치였다. 여교사도 그사이에 한몫 끼어들어 활발하게 얘기가 교환되고 있었다.
한시간 이상이 지났다. 그러나 교사나 아이들이나 조금도 지루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서양에서는 미술관·박물관을 사람들은 이용하고있는 모양이었다. 그 시설을 교육과 직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과도 밀착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한 노파가 안락한 「소파」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있는 광경도 보였다.
오늘 새 경주박물관이 개관식을 갖는다. 11억원을 들여 8년만에 준공된 이 건물은 서울의 국립박물관 다음으로 자랑스러운 박물관이 될 것이 틀림없다.
더우기 연건평 2천5백84평에 전시실만도 7백50평이나 된다면 옛 신라와 정화는 한 자리에 모아둘 수도 있게된 셈이다.
이만한 박물관을 충분히 활용하고 유지하는데는 여간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충분한 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모양이다.
박물관 속에 전시되는 것은 모두 옛 것들이다. 그러나 박물관 그 자체는 언제나 새로워야하며 또 살아있는 것이라야 한다. 사람들이 즐겨 찾아들 수 있는 놀이터요, 휴식처요, 교육의 자리가 되어야할 것이다.
유물이 소중한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아직도 전해주는 뭣인가 고귀한 입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입김을 화란의 여교사처럼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일깨워줄 교사들이 우리에게 있어야한다. 그래야 박물관은 살아나는 것이다. 새 건물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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