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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의 고집불통에 골머리 앓는 영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간다」에 거주하고 있는 한 영국인 교수가 쓴 책이 발단이 되어 악화하기 시작한 영- 「우간다」간의 긴장은 마침내 영국의 무력개입 설까지 떠도는 가운데「이디·아민」「우간다」대통령의 상궤를 벗어난 강경책으로 노 대국은 골치를 썩이고 있다.
지난 4월 영국국적을 가진「캄팔라」대학강사「데니스·힐즈」(61)씨는 11년 동안을 살아온「우간다」를 소재로 삼아『하얀 호박』이란 책을 써서「런던」의 출판사에 넘겼다.
「힐즈」씨가 이 책에『「아민」장군 같은 지도자 때문에「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되살아나고 있으며「아프리카」전체를 위해서도「아민」은 해로운 존재』라고 썼던 것이 화근이 되어 그는「우간다」수사기관에 체포되어 지난 11일 군사재판소에서 반역죄와 간첩죄의 협의로 공개총살형을 언도 받았다.
이 소식에 접한 영국 조야는 발칵 뒤집혀「힐즈」씨의 구명을「아민」에게 호소했다.
그러나「아민」의 반응은 강경일변도-. 그는 영국에 대해 ▲영국과 세계「매스컴」이 자행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중지할 것 ▲「우간다」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영국 안「우간다」망명자들을 즉각 추방할 것 ▲여왕과 수상은 10일 이내에 이상의 조건을 수락한다는 문서를 보낼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7월4일「힐즈」씨를 공개된 장소에서 총살하겠다고 고집했다.
영국은「힐즈」씨를 살리기 위해 창피를 무릅쓰고「엘리자베드」여왕과「윌슨」수상· 「제임즈·캘러헌」외상이「아민」에게 사면을 요청하는 한편「아시아」「아프리카」및 서구 각국을 움직여 50여 개국 수뇌가「힐즈」씨 구명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고집불통의「아민」대통령은 24일 만약「캘러헌」외상이 열흘 안에 직접 자기를 만나러「우간다」에 와 준다면「힐즈」씨를 살려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예정대로 총살형을 집행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영국으로서는 아직 영 연방의 일원인「우간다」에「진사사절」이나 진배없는「캘러헌」의 방문을 허용할 수 없어「힐즈」씨를 풀어 준다면「캘러헌」의 방문도 고려하겠다고 밝히는 한편「우간다」가 영 식민지시절「아민」의 직속장관이던「찬도스·블래어」소장을 여왕폐하의 특사로 보냈다.
그러나「블래어」도『아직 식민지 시대가 끝난 줄 모르는 오만하고 무례한자』라는 비난만 받고 빈손으로 되돌아서야 했다.「아민」은 한술을 더 떠서 「캄팔라」주재 영국 판무 관 대리「제임즈·헤네시」씨를 소환, 만약 자기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우간다」에 살고 있는 7백 명의 영국전도사·교사·사업가·기술자들이 모두 간첩혐의로 감시를 받을 것이라고 공갈을 쳤다. 영국정부는 외교관례라는 것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아민」에게는 두 손을 들어 버렸다.
영국이 7백 명의「우간다」거주 영국인을 피난시키기 위한 군사력을 동원하리라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영국전함 2척이 이웃「케냐」의「몸바사」항에 진입했다는 소문이 들고 이에 따라「우간다」국방상「데미리오·몬도」는「우간다」전군에 경계 령을 선포했다. 그러나 내륙국인「우간다」에 대해 영국이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이란 보잘것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민」의 약점은 다음달「캄팔라」에서 열릴 예정인「아프리카」통일기구(OAU) 정상회담이다.
「아민」이「쿠데타」로 집권했을 때도「캄팔라」에서 열릴 예정이던 OAU회의가「아프리카」각국의 거부로 다른 곳에서 개최됐었다. 4년만에「아프리카」각국의 공인을 얻고자 하는「아민」은 43개국에 초청장을 보냈는데 이들이 이번 사건으로 영국의 회유를 받아 또 참석을 거부하기라도 한다면「아민」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따라서 영국은 4년 동안 10만 명의「실종자」를 낸「아민」의 무자비한 폭정을 비방하는 한편으로 영국의 원조를 받고 있는 OAU소속의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돌이켜보면 영국이 한창 날릴 무렵인 1903년 영국은 유대인들에게 국가를 세우도록 제안한 후보지역이 바로 「우간다」였다.
만약 유대인들이 영국의 이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중동의 정세도 달라졌을 것이고 지금 두통거리가 되고 있는「아민」의「우간다」같은 것은 없었겠지만 이 모두가 노 대국의 한갓 푸념일 따름이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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