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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세계식량협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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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류는 약 1만년전의 아득한 옛날부터 농경생활을 시작,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양곡생산에 힘써 왔으나 식량문제는 여전히 완전한 해결을 못보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도리어 더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2억∼4억의 인류는 영양부족과 기아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1천만 명 이상이 아사직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더러 이 같은 기아의 검은 공포의 그림자는 가난한 제3세계만이 아니라 식량 자급 력을 갖지 못하는 선진 공업대국 마저 엄습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식량위기와 기아의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 작년11월「로마」에서 1백37개국 대표단이「유엔」세계 식량회의를 개최했으며 이때 창설된「유엔」세계 식량위원회의 창립총회가 이 달 23일부터 1주일간「로마」에서 미·소등 36개국 각료들의 참석 리에 열려 식량문제를 인류공동의 과제로 본격적으로 토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의 세계 식량회의는 세계최대의 산업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의「이니셔티브」와 압도적 다수의 개발도상국들의 적극적 참여로 예상 이상의 성과를 올렸던 것이며, 세계식량이사회·국제농업개발기금·식량정보「시스템」의 3기구의 신설 및 연간 1천만 톤의 현물원조, 세계적 규모의 식량비축을 그 첫 사업으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각국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늘의 국제 정세 하 에서는 식량위기도 석유위기와 함께 국제정치상의「이데올로기」문제와 결부해서 반드시 합리적인「어프로치」만을 기대 할 수는 없는 게 실정이다. 즉 미국·「캐나다」등 식량 수출국과 EEC(구주공동체)·일본·개발도상국 등의 식량소비 국이 잠재적인 대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남-북」간, 미국·EEC간의 대립은 날 카로와 이런 대립현상은 이번 회의에도 역시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이번 회의의 주의 제 또한 인류구원의 과제라 할 수 있는『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식량위기를 낳은 요인규명과 함께 각국 대표가 모두 인류애 정신에 철하는 길밖에는 없을 것이다.
오늘의 식량위기의 첫째 요인은 선진제국의 고도 공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식량 소비성향의 증대다. 가난한 개발도상국 국민은 항상 적 영양 불량상태에 있는데 반해 선진국 국민들은「포식」하고 있으며, 식량공급·영양수준의「남북 격차」는 격심한 지경이다.
둘째는 세계의 인구증가, 특히 제3세계의 인구폭발의 중압인데 현재의 증가 추세대로 나가면 25년 후의 세계인구는 오늘의 2배인 약 70억에 이르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그 8할 가까운 인구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인구폭발의 중압이 가해짐으로써 식량위기는 구조화된다. 세째는 개발도상국들이 국제 분업체제 속에서 단식 농 법적 산업구조에의 전환이 불가피하게 돼 충분한 곡물 생산능력을 못 가진 채 이「농업세계」가 미국 등의「공업세계」에 의지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는 점이다.
네째는 공산제국의 국제 식량시장에의 참가로 인한 식량의 세계적 수급핍박이고, 다섯째는 최근 수년내의 세계적 악천후로 인한 흉작등 이라 하겠다.
이리하여 당면한 식량위기 극복의 방안으로서는 다음 몇 가지가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즉 ①선진국의 자금·기술지원에 의한 개도국의 식량 자급 력의 향상 ②인구증가의 적절한 억제책 ③선진국의 과도한 식량의 해외 의존지양·일정한 자급률 유지노력 ④식량 비축이나 가격지지 등을 위한 권능 있는 국제기구 창설과 그 효과적 운용 ⑤대량부족이 예견되는 단백질 자원의 인공개발 노력 ⑥「북」의 소비단계에서의 낭비절약과「남」의 수확전후의 처리방법·저장시설 개선 등으로 생산물의 감모 방지 ⑦미국 등 식량수출국이 식량을 무기화 하거나 제3세계에의 식량원조의 부담을 중소 제국 등에의 분담중지 ⑧「남-북」격차의 시정을 요구하는 개도국자체의 소득·식량 분배 격차 등을 보다 공정화 하는 노력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유엔」세계식량 위 창립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식량정책을 재검토하여 밖으로의 국제협력과 안으로의「녹색혁명」을 통해 외곡 도입→저 곡가→생산부진→외곡 도입의 악순환을 지양, 식량자급을 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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