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립 위해 묘안 짜낸 오스트리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영세 중립국 「오스트리아」가 「영세 중립」을 지키기 위한 묘안 (?)을 생각해냈다. 이 묘안이란 다름 아닌 『「유엔」도시』를 건설하여 「유엔」산하의 각종 기관을 유치한다는 계획으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수천대의 전투기로 무장하는 것보다 훨씬 실리적이다. (「크라이스키」 수상의 말) 『「빈」국제 청사·회의「센터」, 보통은 『「유엔」도시』로 불리는 이 공사는 73년 착공, 완공은 78년으로 돼 있는데 현재 80%가 진척돼있다.
총 건설비는 경비·금리를 합쳐 1백28억「쉴링」(약 3천억원)으로 「오스트리아」의 76년 예산의 6%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국민들은 이처럼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공사에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정부와 국민이 이처럼 「유엔」기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오스트리아」가 처한 국제 정치상의 입장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이 국제 사회에서 그 중립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유엔」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55년 영세 중립국이 되자마자 적극적인 「유엔」 외교를 벌여 67년에는 IAEA (국제 원자력 기구), 이어 67년에 UNIDO (「유엔」공업 개발 기구)를 「빈」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60년 「콩고」동란 때는 「유엔」군에 위생 부대를 참가시켰고 「키프로스」에는 64년이래 경찰군과 위생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또 73년 제4차 중동전이래 중동에 「유엔」감시군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72년1월 「발트하임」 전 외상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만큼 「오스트리아」의 「유엔」 외교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며 한 걸음 나아가 「유엔」을 통한 영세 중립을 다져두기 위해 「유엔」에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유엔」도시』건설.
IAEA, UNIDO 양 기관을 수용하게 될 이『「유엔」도시』의 건설 부담을 「오스트리아」정부가 완전히 도맡는 다는 것으로 최근 적자 살림으로 고민하고 있는 「유엔」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조건인 셈이다.
건물 규모를 보면 부지 17만평방m에 높이 50m에서 1백20m에 달하는 거대한 15개의 탑이 받치고 있는 Y자형의 6개의 당사와 회의장으로 되어 있다.
이 건물을 세우기 위해 우선 정부와 「빈」시에 설계 위원회가 설치되었고 69년에 건축 설계를 공모, 전 세계에서 2백여건의 작품이 나왔었다.
당초 미 건축가의 설계가 1위로 뽑혔으나 IAEA와 UNIDO 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아 2위를 차지한 「오스트리아」건축가 「스타비」씨의 설계가 채택됐다.
이 건물에는 핵 공격에 대비, 방공호가 설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 공사 감독관은 『「유엔」기관이 핵무기의 세례를 받는다면 세계는 끝장이나 다름없다』면서 『「유엔」에 근무하는 사람들만 살아 남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이 소문을 일축했다.

<김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