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 상식(常識)을 버려야 새 길이 보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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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가을, 맛있는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 현은 강력한 태풍의 영향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수확기에 접어든 사과들 대부분이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해 떨어지고 으깨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년 농사를 고스란히 망치게 된 농민들은 낙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 ‘평소처럼’= 새 아이디어 없음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 농부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다. 태풍 뒤에도 가지에 굳건히 달려 있는 몇 개의 사과를 보고‘결코 떨어지지 않는 사과,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팔자’라는 아이디어였다. 이‘안 떨어진 사과’는 한순간에‘행운의 사과’가 되어 10배 이상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발상 전환의 기막힌 힘이다.

발상의 전환. 문자 그대로 생각을 바꾼다는 말이다. 어쩌면‘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기보다는‘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게 더 적합한 풀이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앞서 소개된‘행운의 사과’가 아니고라도, 생각을 바꿈으로써 일궈낸 기적과 같은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너나없이 제각각,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기 스스로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어디 그렇게 쉬운가? 그렇기에 앤드루 머서(Andrew Mercer)라는 발명가는“당신 앞에 있는 것을 2배로 열심히 본다고 해도, 당신 뒤에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평소의 눈 그대로를 가지고는 새로운 발상, 새로운 아이디어는 낼 수 없다는 말이다.

▶창의성 가로막는 적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창의성을 가로막는 7가지 적(敵)이 있다고 한다. ‘정답, 논리, 상식, 규칙, 편견, 고정관념, 전문화’가 그것이다. 이 중에는‘편견’과‘고정관념’처럼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단어들도 있지만, 이외에는 모두 우리가 평소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일 뿐 아니라, 생각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단어들이다.

요컨대, 옳은 것(정답), 대다수의 의견(논리, 상식), 서로 간의 합의(규칙),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전문성) 모두를 무시할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고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상식을 깸으로써 신선한 아이디어가 된 예는 수없이 많다. 미국의 어느 양말 판매 사이트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곳에서는 문양과 색이 서로 다른 짝짝이 양말만을 3짝으로 묶어 8달러에 판다. ‘양말은 좌우가 같다’는 오래된 상식을 통쾌하게 깸으로써 이전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이‘짝짝이 양말’은 소녀들의 수집품으로까지 발전하는 기막힌 아이디어 상품이 되었다. 이처럼 아이디어는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고, 가능성의 발견이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창의성이 지능과는 다른 것으로 주로 예술 분야의 특정한 인간만이 지니는 특성으로 간주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보통 사람들도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 계발되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00여 년 동안의 노벨상 수상자를 관찰한 노벨박물관장 스반테 린드퀴비스트(Svante Lindqvist)는 그 노력에 덧붙여 용기, 도전, 불굴의 의지, 조합, 새로운 시점, 장난기, 우연, 순간적 번뜩임 등 9가지를 창의적 결과를 도와주는 필요한 항목으로 꼽는다.

그러나 어찌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것도 별게 아니다. 듣도 보도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닌 까닭이다. 그저 낡은 것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결합되어 기존에 없던 것이 된 것일 뿐이다.

앞서 소개된 일본 사과의 예도‘태풍에 떨어지지 않은 사과’와‘수험생’이라는 아주 낡은 것 2개가‘엉뚱하게’결합했다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재즈 가수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는 “간단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평범함이고,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창의력이다”라고 말 그대로 간단하게 창의력을 정의하기도 했다.

▶머리 속 잔 비우기…15%룰의 힘

기발한 아이디어의 위력을 알기에 아이디어 찾기에 골몰했던 동서고금의 많은 사람들 중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아이디어 발상에 효율적인 장소까지 제시하는 이가 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수는 말 위, 잠자리 위, 평상 위를 꼽았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잡지는 욕조(bath), 침대(bed), 버스(bus)의 3B를, 일본창조개발연구소에서는‘잠자리’, ‘걸으면서’, ‘자동차 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가 그런 곳에 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 오를리가 있겠는가? 이 얘기는 역으로, 제시되고 있는 특정 장소 외의 곳에서도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면 그만큼 몰입해야 한다는 사실의 반증으로 들린다.

몰입하려면 비워야 한다. 머릿속이 무언가로 가득 차있으면 집중이 안 될 수밖에 없다. 로저 본 외흐(Roger Von Oech)가 지은「생각의 혁명」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어느 날 오후 창의력을 가르치는 선생이 한 학생을 집으로 초대하여 차를 마시기로 했다. 그들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차 마실 시간이 되었다.

선생은 학생의 잔에 차를 천천히 따르기 시작했다. 어쩐 일인지 선생은 차가 잔에 가득 차도록 계속 따르는 것이었다. 급기야는 넘쳐 바닥에 흘렀다.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차가 넘치고 있어요. 더 이상 잔에 들어가지 않아요.”이에 창의력 선생이 제자에게 한 답은“잘 보았네.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만약 자네가 내 가르침을 받아들이려면 우선 자네 정신의 잔을 모두 비워야 하네”였다. 그러나 머릿속을 비운다는 것이 또 그렇게 쉽지 않다. 뭔가로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머리를 비운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머리를 비우려면 우선, 그럴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3M이 바로 그렇다. 3M에는‘15% 룰’이 있다.

15% 룰은 ‘연구원은 근무시간의 15%를 일과 무관한, 흥미 가진 일에 사용해도 된다’는 규칙이다.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휴렛패커드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빌 휴렛(Bill Hewlett)이“3M이 무슨 상품을 가지고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3M조차도 그들이 무엇을 새로 개발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3M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 병원 경영 힘들다면 이렇게

병원 경영도 마찬가지다. 창의력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의 해결 실마리를 찾아준다. ‘행운의 사과’나‘짝짝이 양말’처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러려면 현상을 보는 눈부터 달라져야 한다. 눈이 달라지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시력검사다.

경영자의 눈이 바로 코 앞 밖에는 안 보이는 지독한 근시일 수도 있고, 먼 산만 바라보는 원시일 수도 있고, 세상 만물이 온통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이나 녹내장일 수도 있다.

그러한 검사 결과가 있어야 눈 영양제를 먹든, 안경을 쓰든, 수술로 수정체를 교체하든지 하는 처방이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정작의 문제는 당사자들 중 상당수가 자기 눈의 건강상태는 모르는 채로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데 있다.

「때로는 병원도 아프다」- 병원이 받아야 할 마케팅 종합검진 저자(T.010-256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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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순 대표 기자 jssong4@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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