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신과 공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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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립주의경향으로부터의 탈피는「인도차이나」공산화이후 미국정치의 표면에 나타난 특징적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미국의 정부 뿐 아니라 의회와 언론에까지 널리 퍼져있다.
최근 미국정부지도자들의 잇따른 대외「방위공약」다짐에 대한 의회 및 언론의 지지태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엄청난 변화다. 이 변화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주둔 미군 7만 명 감축 안을 최근 하원이 3백11 대 95의 압도적인 표 차로 거부한 사실이었다.
「인도차이나」에서의 패배로 땅에 떨어진 미국의 위신과 공신력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이러한「무드」의 공통된 바탕이 된 것 같다.
미국 방위공약의 신용회복은 미국문제가 아니라 자유세계 전체의 문제다. 미국보다도 오히려 동맹국에 더욱 심각한 문제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때문에 미국에 대한 불신은 자유세계전반에 공포상태를 가져올 위험성조차 없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29일의「나토」정상회담에서「포드」미 대통령이 단호한 어조로 신고립주의를 배격한다고 못박고「나토」맹방 피습 때 미군 즉각 개입, 공약의 무조건 명백한 준수를 다짐한 것은 깊은 뜻이 있다.
이는 세계국가로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재확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구에 대한「포드」대통령의 강력한 방위공약 다짐은 그의 일련의 발언에 비추어 대한방위공약파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로써 미국정부의 대외방위 의지는 일단 분명해졌다. 의회의 태도도 현재로선 이 같은 행정부의 방침을 지지하는데 동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있다.
지난 49년 중국의 공산화로 촉진된 미국의「아시아」개입정책은 20여 년을 지속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 당시는 미국정부 보다도 의회와 국민여론이 한층 더 강경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다. 정부와 의회가 비슷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의회의 자세에는 여전히 『이 시기에서』란 단서가 유보되어 있는 느낌이 짙다.
언론의 자세도 정부보다는 의회에 가깝다.
특히 오랜 인지전으로 인한 미국국민 일반의 압전 풍조야말로 기본적인 한계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의「칼럼니스트」「클레이튼·프리치」씨는 한국전이 재발했을 경우 미국의 태도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한국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각오를 묻는다면 미 국민들의 대답은 「노」지만「포드」대통령의 대답은「예스」다. 이러한 상반된 대답은 결국「예스」를 뜻한다. 결정은「포드」대통령이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 안될 일은 내년이 미국대통령선거의 해란 사실이다. 선거의 시기는 대통령이 여론에 가장 민감해야할 시기다.
아마 76년만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미국의 고립주의 기피「무드」는 상당기간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미국의 해외방위의 짐이 경감되면 될수록 새로운 고립주의 경향으로의 후퇴 가능성은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장기적 국가안보의 방향은 자력안보. 자주국방의 길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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