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지향형 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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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러 해 전에 나온「이탈리아」영화에 <빵과 사람과 꿈>이라는 것이 있었다. 시골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한 노인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지나가던 마을 경찰서장이 물었다.
『무엇을 자시는 겁니까.』『곱베빵이랍니다.』
『빵 속에 무슨 양념이 들어 있습니까.』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손에 쥐고있는 빵을 반으로 잘라 보였다. 서장이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자 노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꿈이라오.』
속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곱베빵」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의 노인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것이다.
빵이라도 먹을 수 있는 노인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빵 이외에는 먹을게 없어서 먹는다고 여기면 가뜩이나 맛없는 빵이 더 맛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꿈을 먹는다고 대답했다. 「이탈리아」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멋있는 장면이다.
꿈만이 노인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꿈을 잃지 않은 노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다.
나라에도 꿈이 있는 나라가 있고, 꿈을 가질 수 없는 나라가 있다. 「포춘」지의 최근호는 개발도상국들을 외부내빈형, 부국지향형, 일루희망형, 만신창이형의 넷으로 나누고 있다.
이승에서 사람들이 꿈이라도 가질 수 있는 나라는 앞의 두 형 뿐이다. 꿈이라도 있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을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GNP가 높다고 반드시 잘 사는 나라도, 꿈이 있는 나라는 아니다.
가령「코스타리카」의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활환경수준은 일본보다 높다. 이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일본사람들보다 훨씬 더 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코스타리카」와는 비할 바 없이 돈이 많다. 그러나 생활환경수준은 엉망이다. 이런 나라를「포춘」지는 외부내빈형 속에 넣고 있다.
외부내빈형은 천연자원으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그 돈이 국민의 행복이나 꿈으로 바뀌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꿈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부국지향형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포춘」지는 한국을 「싱가포르」「브라질」과 함께 이 속에 넣고 있다.
꿈만으로 사람들의 배가 부르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꿈은 가난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꿈은 석유나 철광보다 몇 곱 더 소중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 꿈을 잃을 때 사람들은 정말로 가난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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