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출동] "교실 10m 앞에 아파트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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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코앞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햇빛을 못 보게 됩니다. "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덕중학교 학부모인 중앙일보 독자 최선(45.주부)씨는 학교 건물과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서 다음달부터 아파트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봉구청은 지난해 12월 3일 쌍문동 산 76번지 1천여평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4층 규모의 아파트 한개동(96가구)을 건설하도록 허가했다.

아파트 예정 부지는 1백30학급, 5천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법인 선덕학원의 동북초등학교와 선덕중.고교, 신경여자실업고 등 4개 학교와 이웃해 있는 곳으로 가장 가까운 신경여실 교실과는 11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선덕학원 측은 최근 도봉구청과 도봉구의회에 아파트 건설 사업의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는 등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

◆"학습 분위기 망칠 것"=독자 崔씨는 "1990년대 초 처음 학교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학교 앞이 탁 트여 교육환경이 좋았다"며 "지난 10여년 동안 학교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는데 또다시 교문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 공사장 진입도로를 오가는 트럭 때문에 학생들의 통학길이 위험하고 공사 중 소음이나 먼지 등으로 학습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 전영혜(41.주부)씨는 "위험한 공사장 주변을 어린 아이들이 다닐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며 "공사 중 안전문제가 가장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완공 후엔 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할 역민원으로 축제나 뒤뜰 야영 등 각종 학교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선덕중 서성필 교장은 "지금도 길 건너편 아파트에서 학교 급식실 설거지 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마당에 더 가까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민들의 등쌀에 정상적인 체육활동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초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와 어머니교실.명예교사회.아버지회 등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열어 학생들의 안전과 쾌적한 교육환경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대응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봉구.업체 입장=도봉구는 건축주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교육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사업승인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봉구 오세권 주택과장은 "아파트 건립 예정 부지는 도시계획법상 일반주거지역으로 위락시설이나 혐오시설이 아닌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선덕학원 측의 요구대로 구에서 부지를 사들여 도서관이나 체육시설을 짓는 것은 예산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아파트 시행사인 ㈜대중 관계자는 "이미 토지 매입비와 설계비 등으로 90억원이나 투자해 놓은 상태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추진해온 사업을 번복할 수 없다"며 "다만 공사 현장에 안전 펜스와 방음벽을 설치하고 대형차량 이동은 등.하교시간을 피하는 등 학교 측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최선 독자, 이지영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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