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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금고의 난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아래 법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상호신용금고법을 개정하여 신용금고에 대한 증자· 관리· 계약의 이전·합병·해산명령권 등을 정부에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또 부금 가입자의 상권에 대한 우선 변제권도 명문화키로 했다.
그 동안 신용금고의 난맥 때문에 이미 많은 거래자가 피해를 봤고 또 이로 인해 신용질서의 혼란이 우심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뒤늦은 감조차 있다.
상호신용금고는 제2금융권 개발계획의 일환으로서 단자회사·신용협동조합과 함께 72년 하반기부터 인가, 육성돼 왔다.
그러나 그 동안의 실속은 단자회사·신용협동조합의 그런 대로 기틀을 잡아 금융기관이 못 미치는 영역을 잘 보완하고 있으나 신용금고만은 계속말썽의 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도산, 자금유출·계약 불이행 등 여러 사회적 해악을 저지름으로써 상호신용금고를 이용하는 영세 서민들을 울려왔다. 상호신용금고는 은행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금융이란 점에서 그 부실의 폐해는 그만큼 깊고 넓다고 봐야 한다.
정부에서 상호신용금고를 양성화한 근본취지가 은행만으로는 미칠 수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권을 육성, 발전시키려는 것이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상호신용금고의 건전한 지도·육성은 서민생활의 보호라는 사회정책적 견지에서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막상 그 상호신용금고가 금융에 목마른 서민대중들을 오히려 울리고 있으니 문제는 심각하다 할 것이다.
서민금고와 거래를 하다가 돈을 떼이거나 손해를 보는 사태는 서민생활의 밑바닥에서 싹트게 해야 할 은행거래 관습이나 금융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짓밟아 버린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금융전반에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72년도이래 3차에 걸쳐 인가된 상호신용금고 3백 50개중 그 동안 1백 24개가 인가취소되고 11개가 신설되어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2백 37개다. 3백 50개의 상호신용금고 중 1백 24개가 인가취소되었다는 사실은 그 부실의 도가 얼마나 심했던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한 개의 신용금고가 없어진다 쳐도 수많은 가입자의 손해와 원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 하물며 1백 24개나 되는 금고가 인가를 취소 당했다면 그 피해는 오죽할 것인가.
정부가 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으며, 또 얼마나 무책임하게 영업인가를 남발했는가를 알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신용금고를 인가만 했지 그 후의 거래까지 보증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정부인가」라는 「타이틀」에 많은 가입자가 현혹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일단 인가를 내준 신용금고에 내해선 부단한 감독과 경영지도를 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
현재 상호신용금고의 금리체계로 보아 자기자본으로 정상적인 업무만 하면 손해는 안 보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자기 돈 한 푼 없이 사채를 꾸어다가 위장출자를 하거나 자금을 다른 데로 빼돌리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이제까지의 금고 부실은 법의 미비보다도 금고자체의 사채꾼적 자세와 감독의 부실에 허물이 있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되겠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금융의 육성이 서민생활의 보호와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최선의 노력과 세심한 정책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또 일부 거론되고 있는 금고의 수신취급은 조금이라도 예금자의 피해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보장부터 갖춘 다음에 허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다만 신용금고를 과감히 정상화한다고 해서 그나마 있는 서민금융의 「파이프」를 아예 막아 버리는 지나침은 물론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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