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누나에게 청탁했다 승진 길 막힌 고위 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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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진핑(習近平·61)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최근 모 군구(軍區) 사령관을 찾아 부사령관의 됨됨이를 물었다. 사령관은 “일을 잘해 승진 대상에 오른 인물”이라고 대답했다. 시 주석은 돌연 “그는 승진을 위해 뇌물을 쓰는 데 능한 자다. 앞으로 결코 그를 승진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이 2일 당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일화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열렸던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누이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가 망신당한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을 언급했다. 간부가 친인척을 통해 인사청탁을 받거나 사업상 이권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이신작칙(以身作則, 솔선수범)’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당내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한 군구 부사령관이 시진핑 주석의 누이인 치차오차오(齊橋橋·65)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자신의 승진을 위해 시 주석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발단이었다. 치가 가족 식사 자리에서 시 주석에게 해당 사령관을 거론하며 발탁을 권했다. 누이의 부탁에 시 주석이 도리어 ‘승진 불가’란 족쇄를 채운 셈이다. 인사청탁과 정경유착을 반(反)부패 개혁의 핵심 이슈로 제시한 것이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거들고 나섰다. 신문은 지난달 28일 “전투력이 인사의 표준”이란 기사를 실어 해이해진 군 인사의 난맥상을 열거했다. 기사는 “나라의 흥함은 사람을 얻어서고, 나라의 망함은 사람을 잃어서다”라는 백거이(白居易)의 흥망론을 인용하며 전투력 향상의 최대 적은 인사 부패라는 시진핑 주석의 신념에 힘을 보탰다.

 인사청탁 척결은 ‘개혁 제도화’를 의제로 내세운 2014년 양회(兩會,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개막과도 맥이 닿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 15일 ‘간부선발 임용조례’를 발표하고 사설과 조례 전문을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었다. 조례는 24조 3항에 ‘승진을 위해 뇌물을 쓰거나 표를 돈으로 사는 행위를 한 자는 승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바로 시 주석이 언급한 부사령관이 위반한 조항이다. 1월 14일 시 주석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도가 종이호랑이나 허수아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치 확립 역시 시진핑의 역점 사항이다.

 인사는 당 조직의 핵심이다. 8512만 당원의 인사를 총괄하는 중앙조직부가 당 최고 권력 기구인 이유다. 지난해 6월 28~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조직 공작회의’에서 시 주석은 “현인 한 명을 임용하면 뭇 현인이 모이고, 현인을 보고 본받으려 노력하면 사회의 기풍이 된다(用一賢人則群賢畢至 見賢思齊就蔚然成風)”고 조직 업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양회 개막=3·1 쿤밍(昆明) 테러로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가운데 3일 오후 위정성(兪正聲·69) 전국정협 주석의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양회가 개막됐다. 쿤밍 테러로 ‘레드라인’이 양회의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사건 직후 시 주석이 “레드라인을 강화해 결연한 태도로 (테러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안보와 개혁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모든 행위에 무관용 정책을 취하라는 지시다. 양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스모그 퇴치 방안으로 ‘생태 레드라인’이 제시됐다. 전국의 임야·삼림·습지 면적 총량을 3대 레드라인으로 설정해 사수하겠다는 의도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5일 정부 업무보고와 13일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고속 성장기를 끝내고 ‘중속 성장기’를 맞은 중국 경제의 운용 방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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