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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브라질의 천공기(드릴)제작자 이봉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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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철을 깎는 강철은 보다 강한 강철이어야 한다. 누구보다도 강인하게 인생을 혼자의 힘으로 개척해 온 브라질 제일의 드릴(천공기)「메이커」이자 일급 선반공인「엔지니어」이봉렵씨(37)는 마치 특수강 같은 사나이였다.『좀 건방진 얘기 같지만 내가 만든 천공기는 브라질 안에서는 말할 것 없고 세계최고의 품질입니다』라고 서슴없이 자랑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씨가 만든 천공기의 상표는「수아비스」(SUAVIS). 영어의「스무드」하다는 뜻의 브라질어이다. 텅스턴 특수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드릴이 역시 특수강으로 주물 된 자동차 엔진의「실린더」에서부터「볼트」의 구멍에 이르기까지「부드럽고 매끈하게」깎아 낸다고 해서 붙인 상표라는 것.
그러면서도 오차는 겨우 1천분의1mm로 미국의 1급 품보다도 3배 이상 정밀하다.
『강철에 구멍을 뚫듯 오직 외길로만 살아왔다』는 이씨는 1백65cm의 단구에 몸무게는 48kg. 그러나 두 눈만은 번쩍였고 이마의 깊은 주름은 험했던 지난날을 말 해주고 있다. 현재 거느리고 있은 기능공만도 3백50여 명으로 하루 3교대로 24시간 가동하여 매월50만「달러」(2억5천만 원)어치의「드릴」과「리머」공구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 브라질에선 서독과 합작.「폴크스바겐」차를 작년까지 1만 대나 만들어 냈다.
이씨가 만든「드릴」은 바로 이「폴크스바겐」회사에 독점 납품되어 그 엔지의 구멍이란 구멍을 모두 뚫고 있다.
이밖에도「벤츠」자동차,「제너럴·모터즈」(GM),「제너럴·일렉트릭」(GE),「카터필러」,「오프·도이취」등 1백여 개의 중공업분야의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국방성은 이씨에게「리벌버」(자동권총) 대포의 총신을 만드는데 필요한 공구제작교섭을 걸어왔으나 생산능력이 아직 미치지 못해 받아들이지 못했다.
현재 브라질 국내에서 공구생산공장은 모두 8개 업체가 있다. 이 가운데 이씨는 3번째를 「마크」하고 있으나「드릴」이과「리머」등 구멍 뚫는 공구로는 이씨의「수아비스」공장이 단연 제일의 규모. 가장 크다는 스웨덴 계의「브로카·파올리스타」와 그 다음 프랑스계의 「튈」회사는「드릴」이 아닌 일반공구를 만들고 있어 특수공구로서는 남미대륙에서 이씨를 따를 공장이 없다는 것.
남미최대의 도시「상우파울루」는 한마디로 활기에 차 있다. 한국이민의 대부분이 여기에 모여 살고 있다. 이씨의 공장은「상우파울루」근교인「훈디아이」(JUNDIAI)란 소읍에 있다. 「캄피나스」국제공항에 이르는「하이웨이」를 따라 56km가량 달리면 오른쪽 구릉을 끼고 소읍이 전개되는데 그 서남쪽에 기와로 지붕을 한 공장이 보인다.

<교민 대부분이「상우파울루」에>
소음공해 때문인지 민가와는 뚝 떨어져 언덕 위에 자리잡은 공장주위에는 담 장은 없지만 공장 건물 벽이 곧 담 장 구실을 하고 정문에는 철 대문이 달려 수위실입구에「허가 없이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었다. 어느 공장이건 꼭 지켜야 할 사업상의 기밀이 있기 때문인 모양.
본 특파원이 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으나 마침 이씨는「폴크스바겐」공장에 가고 없었다.
3시간이나 기다리다가「공장구경을 할 수 없느냐」니까『허락 없이는 안 된다』며 약간 미안해했다. 하오9시가 지나서야 남방 샤쓰 차림의 이씨가 돌아와『한국기자가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면서 공장으로 안내했다.
우물「정」자 형으로 들어선「수아비스」공장의 면적은 2천㎡.
드릴을 깎는 최신형 선반만도 63대. 1시간에 1천2백 개를 일관 생산하는 고속도 선반은 6대가 1「세트」로 텅스턴 특수 강 봉이 선반에 물리면 회전하면서 6조선의 흠이 패고 연마까지 끝내게 돼 있다. 칼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열처리는 특수 전기로 에서 전문기술자가 맡고 있다.
이씨 공장에서 생산되는「수아비스·드릴」은 모두 8가지 종류. 길이와 굵기 등 치수에 따라 실제로는 1백가지로 분류된다.「드릴」의 쓰임새를 알기 위해 자동차 엔진의 생산과정을 살펴보면 엔진에는 크고 각은 수백 개의 구멍이 있다. 개설린과 필터를 통해 흡입된 공기가 혼합되어 피스톤의 압축으로「플로그」의 불꽃에 인화되어 폭발하는「실린더」는 4기 통 엔진에는 4개, 6기 통, 8기 통에는 각각 6개와 8개가 있다.
이「실린더」의 내 경은 균일해야 하며「피스톤」과의 사이에는「피스톤·링」의 버팀으로 밀착하게 되어 있다. 이밖에도 플로그 구멍이라든지 급 유공·「볼트」공 등 수백 개의 구멍이 있다.

<생산품 오차는 천분의1「밀리」>
엔진생산공장에서는 주물로 엔진형을 만들어 각 면에 따라 알 맞는 구멍을 한꺼번에「드릴」로 뚫고「리머」로 연마하는 것이다. 이때 정밀도를 좌우하는 것은「드릴」이 얼마나 정밀한가에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1개의「드릴」로 몇 개까지의 구멍을 뚫을 수 있는가는「드릴」의 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보통「드릴」은 1백분의1mm까지 오차가 허용된다고 하나「수아비스·드릴」의 오차는 1천분의1mm. 미국에서 생산된「드릴」이 5백 개의 구멍을 뚫으면「수아비스·드릴」은 1천5백 개를 뚫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판매가격도 미제보다 70%쯤 더 받아 직경 1·5cm짜리 「드릴」1개의 가격이 5백「달러」나 한다.

<그 동안 소개된 세계의 한국인>
①재미 실업인 김한조씨
②대북의 한상 이성사씨
③재독 산림학자 고영주씨
④「방콕」에 정착한 전 영화감독 이경손씨
⑤검은 대륙에 심은 기와 기
⑥「파라과이」양계 왕 전영환씨
⑦「스웨덴」전화기「디자이너」박근홍씨
⑧반공포로 출신 재인 실업인 지기철씨
⑨재불아동 심리학자 김양희 박사
⑩태국왕실 전속악단 장 강철구씨
⑪「아르헨티나」의 피혁가공업자 한씨 3형제
⑫「코펜하겐」의 한국학교수 신휘동씨
⑬「스페인」문단의 한국시인 민용태씨
⑭「캐나다」의「패선·디자이너」박인희 여사
⑮「말레이시아」국왕 주치의 최정선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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