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능아의 고향 무궁화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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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신박약자들을 위한「콜러니」(Colony)가 재작년 5월 20일 무궁화촌(촌장 최병문·55·한국구화학교장)이라는 이름으로 성동구 고덕동 64에서 문을 연지 2년 가까이 됐다.
「콜러니」란 정신박약자를 일정기간 교육시켜 가정에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토록 수용하여 갓난애 돌보듯 하는 교육기관.
2천5백평 대지에 건평 1백75평의 2층「콘크리트」건물에 침실 4개, 교실 4개, 강당, 생활훈련실, 취사장, 목욕탕, 간이 실내「풀」장 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IQ 45이하의 9세∼35세까지의 백치 수용자들 19명(남13·여6)이 누구의 눈길도 의식하지 않는 채 주어진 생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들은 3명의 보모 도움 아래 상오 6시30분에 기상, 북소리에 맞춘 칫솔질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학습은 교재·교과과정이 제대로 마련 못돼 그림책을 통한 간단한 생활용품 이름 대주기가 고작이다. 하오에는 주변의「비닐·하우스」·복숭아밭·배밭 등을 돌보는 단순작업을 한다.
사감 황옥선씨(42)는 『애정에 굶주린 이들이 병이나 엄마를 찾을 때가 가장 괴롭다』며 『사회냉대 속에 수용자들을 더 잘 보호할 길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궁화촌은 수용자 보호자로부터 월 9천원씩 받지만 이것은 전체 운영비의 3분의1도 못되는 실정. 나머지는 문교부·기독교 아동복리회 등 각종 단체의 보조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무관심이다.
최병문 촌장은 『이들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보다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된다』며 『앞으로 원예·축산 등을 늘려 이들을 무관심 속에서도 자활할 수 있게「콜러니」를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용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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