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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넘친 대마 공방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로 싸움을 좋아하는 치훈과 「가또」 8단의 5번 승부는 정말 볼만한 싸움바둑이 될 거라는 예상이었었는데 제1국에선 예상이 빗나가 이번 2국에서야 이루어졌다.
지난번엔 서로 버티기만 하다가 흑을 들고도 억울하게 반집을 졌던 「가또」는 이번엔 초반부터 맹공격으로 나왔다. 흑19가 의문수여서 백24 급소의 일격까지는 좋았는데 계속해서 28, 30으로 끊은 것이 투지가 넘친 무리수였다. 백28은 132의 곳에 뛸 곳. 흑41까지 백석점을 잡아서는 백이 불리했다.
관전자들은 오히려 백이 좋지 않으냐고 했지만 좌상귀 변화에서 백은 두수를 더 소비하고 이런 모양이 됐기 때문에 손해. 「가또」8단은 여기서부터 바둑둘 마음이 나지 않았다고 국후에 말하기도 했다.
다음 우변에서 백이68, 70으로 2단 젖힘한 것이 무리. 이 수는 66 끊었을 때부터 우변을 빨리 안정시키려는 작전이었지만 치훈이가 71로 끊어 81까지 되어서는 명백한 백 불리.
87까지 진행됐을 때 잠깐 아래층에 내려갔더니 「이시다」 「다께미야」 「고바야시」 등이 승부가 곧 끝날텐데 왜 내려오느냐면서 빨리 올라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결국 흑이91로 두 점을 빵때림해서는 흑의 일방적인 바둑이었다.
그러나 그 후 흑은 너무 신중해서 우변 백을 선수로 살려주고 말았다. 이렇게 되어서는 백도 불리하긴 하지만 해볼만한 바둑이었는데 또 백 110이 완착. 백의 완전한 연결을 위해서는 필요한 수긴 하지만 이 수로는 120으로 하변을 지켰어야 했다. 「이시다」명인은 흑 1l5때 116으로는 166에 젖혀 상변 집 차지를 해도 둘만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치훈은 그 정도로는 백이 이기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가또」8단도 116으로 붙여 승부를 걸었다.
결국 하변에서는 패가 났는데 백 138로 흑석점을 먹은 것은 「가또」답지 않은 헛수. 이 수로는 139에 두어 일단 중앙 백을 연결시켜 놓고 하변에서 패를 계속해야했다.
또 흑 119도 좀 의문수. 이 수로는 좌하 뒤에 169로 들여다본 다음에 백이 167에 이을 때 215자리에 두었으면 흑이 알기 쉬운 바둑이었다. 이때 백이 하변에서 살려고 하면 흑은 211로 나가 좌변에서 살고, 백이 좌변을 막으면 흑은 하변을 잡으면 된다.
결국 바둑은 상변 흑을 몽땅주고 하변 백을 몽땅 잡은 큰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치훈은 마지막 1분의 초읽기에 쫓기면서도 정확한 수순으로 『「대마 「킬러」』 「가또」의 대마를 때려잡고 통쾌하게 이겼다. <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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