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만난 요정 3종목 세계 톱3 짜릿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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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올 시즌 첫 대회에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손연재는 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4 모스크바 리듬체조 그랑프리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17.516점)·곤봉(17.816점)·리본(17.766점) 종목에서 모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17.633점)에서는 아쉽게 4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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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선수들이 초청된 대회에서 손연재가 메달 세 개를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6월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후프와 곤봉 1위, 리본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무대는 리듬체조 최강국 러시아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은 아시아 대회였다.

 첫 종목인 후프에서 손연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루트비히 민쿠스의 발레 ‘돈키호테(Don quijote)’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중간에 수구를 떨어뜨렸지만 침착하게 마무리해 시즌 첫 메달을 따냈다. 곤봉에서는 이탈리아 가수 파트리지오 부안느의 곡 ‘루나 메조 마레(Luna mezzo marre·바다 위에 뜬 달)’의 경쾌한 선율에 맞춰 흥겨운 연기를 보여줬다. 곤봉을 머리 위에 얹고 스텝을 밟는 특유의 연기로 네 종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볼에서는 러시아 작곡가 마크 민코프의 ‘유 돈트 기브 업 온 러브(You don’t give up on love)’가 흐르는 가운데 무난한 연기를 펼쳤지만 아쉽게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마지막 리본에선 이국적인 음악 ‘바레인’에 맞춰 힘 있는 연기를 펼쳤다.

 손연재는 전날 열린 개인종합에서 후프(16.583점)·볼(17.383점)·곤봉(17.900점)·리본(17.200점) 모두 고른 점수를 얻어 6위(합계 69.066점)에 올랐다. 러시아 선수들이 홈에서 열린 대회 상위권을 휩쓸었다. 마르가리타 마문(19)이 개인종합 1위(74.999점)에 오른 것을 비롯해 마리야 티토바(17)가 2위(73.182점), 야나 쿠드랍체바(17)가 3위(72.765점)를 기록했다. 러시아 출신이 아닌 선수 중에선 손연재의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이번 시즌 손연재는 프로그램 난이도를 올렸다. 지난해 11월 초 러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나 옐레나 표드로바 코치와 함께 짠 프로그램이다. 1년 전보다 두 달 정도 일찍 시즌을 시작했고, 더 독하게 훈련해 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세계선수권대회 메달권 진입을 위해서다. 덕분에 손연재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한 단계 높은 연기를 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총점 61.498점으로 개인종합 10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8점 가까이 총점을 끌어올렸다.

 김지영 국제심판은 “지난 시즌보다 프로그램 완성도가 높다. 기술 난도가 높아졌고, 배경음악과 조화가 잘 이뤄져 전체적으로 성숙해진 느낌을 줬다”며 “훈련을 일찍 시작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실수를 줄인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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