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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장 반값 콜라에, 코카콜라가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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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폰태나의 COTT 공장에서 네이트 해리건 생산총괄(왼쪽 앞)이 다이애나 김 이마트 LA 사무소 주재원(오른쪽 뒤)에게 이마트에 납품할 크랜베리 주스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COTT는 하루 4만 박스(946mL 12병)의 크랜베리 주스를 생산한다. [폰태나=문병주 기자]

지난달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2시간쯤 차로 달려 도착한 폰태나의 한 산업단지. 수십 개의 공장 건물 중 ‘COTT(코트)’라고 적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어림잡아 500m 넘게 곡선을 그리며 설치된 컨베이어벨트 위를 남색 액체가 담긴 플라스틱 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푹푹-’ 하며 증기를 뿜어내는 금속 통들부터 차가운 물을 병들 위로 쏟아내는 분무기들, 순식간에 상표를 병에 붙여내는 기계까지 모든 공정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네이트 해리건 생산총괄은 “주스 원액을 섞는 과정에서 살균, 병입 및 상표를 붙이는 전 과정이 자동화돼 35분이면 제품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폰태나에만 이런 시설이 3개 있으며 콜라는 170종류, 주스는 230종류 정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병에 담겨지고 있던 액체는 크랜베리 주스로 하루 만에 4만여 박스(946mL 12병)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COTT는 유통업체의 PL(자체브랜드)음료 계약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세계 최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음료 회사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코스트코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며 미국 내 18개 공장을 포함해 캐나다·영국·멕시코까지 총 29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폰태나 공장에서는 이마트가 2012년 ‘반값콜라’라며 출시한 PL제품인 베스(VESS)콜라와 지난해 5월 선보인 프리미엄 포도주스 ‘채드윅베이 포도주스’를 만들고 있다. 베스콜라는 출시 당시 코카콜라보다 값이 50%저렴(355mL 6캔 기준)했다. 국내 콜라 시장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코카콜라에 대응해 반값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채드윅베이 포도주스는 19% 쌌다. 이마트 가공소싱팀 이선근 바이어는 “월마트나 코스트코와 같은 미국 대형 할인점에서 저렴하게 콜라를 내놔 인기 있게 팔리는 걸 보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크리스토포 캘러한 해외소싱 상무는 20여 차례 COTT를 찾고, 본사 바이어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40차례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베스콜라는 출시 일주일 만에 전국 이마트 지점에서 코카콜라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157만여 캔이나 팔려나갔다. 돌풍의 핵심은 예상대로 가격이었다. 이마트 미주법인의 이학선 과장은 “COTT와 직접 상품을 기획해 현지 수출업자나 국내 수입업자를 통하지 않고 바로 제품을 들여오는 식으로 유통구조를 단순화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내친김에 직소싱 수입음료 3탄으로 홍자몽 주스와 크랜베리 주스 두 종류를 조만간 출시한다. COTT 폰태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생산되고 있는 크랜베리 주스가 이마트가 출시할 제품과 같은 종류다. 가격은 동종 브랜드 대비 최대 40% 싸게 책정할 계획이다. 이주희 이마트 상무는 “장기적으로 현재 12.7%인 이마트의 PL음료 비중을 미국 월마트 수준인 30%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폰태나(미국)=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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