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펴면 심해지는 다리 통증 '풍선확장술' 20분이면 싸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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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양 원장은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만성통증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풍선확장술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김성희(여·54·경기도 안양시)씨는 50대인데도 할머니처럼 허리가 구부정하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픈데 허리를 굽히면 신기하게도 통증이 줄어든다. 통증 때문에 집에서 100m 거리의 슈퍼마켓에 갈 때도 몇 번씩 쉬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척추뼈 안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져(협착) 신경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나아진다고 설명했다. 김씨처럼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주 발병층인 50대 이상 환자는 수술이 두렵다. 최근 만성통증 환자도 수술 없이 치료하는 ‘풍선확장술’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척추전문병원으로는 처음 이 시술을 도입한 윌스기념병원 오종양 원장에게 질환의 치료법을 알아본다.

이민영 기자

비수술과 수술 사이 환자에 제격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면 척추뼈는 쉽게 변형된다. 척추뼈 마디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말랑한 디스크는 닳아 없어지거나 이리저리 삐져나온다. 척추 주변 인대는 두꺼워지고, 필요없는 뼈가 덧자라기도 한다. 변형된 뼈에 신경이 눌리면 걷기조차 힘든 통증이 생긴다.

 척추관협착증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당장에라도 수술을 해서 통증을 없애고 싶다. 그렇지만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앓거나, 나이가 많은 고령환자는 망설여진다. 오종양 원장은 “수술을 하려면 3㎝~15㎝까지 피부를 절개해야 해서 출혈로 인한 합병증이나 감염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뇨병·고혈압이 있으면 수술 후 염증이 생기거나 회복이 잘 안 될 위험도 높다.

 그동안 고령환자에게 효과적인 비시술 치료법은 신경성형술이었다. 카데터(튜브 형태의 긴 줄)를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고, 통로가 좁아진 부위를 제거한다. 그렇지만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통증이 효과적으로 감소하지 못해 만족도가 낮았다. 이들에게는 수술만이 남은 치료법이었다. 오종양 원장은 “신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풍선확장술은 신경성형술로는 통증이 낫지 않지만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중간단계의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부위 유착도 한 번에 시술

풍선확장술은 명칭 그대로 좁아진 척추관에 카데터를 넣은 다음 풍선을 불어 넓히는 시술이다.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를 한 다음 꼬리뼈에 2.3㎜의 특수바늘을 삽입한다. 신경이 다치지 않도록 신경을 감싸고 있는 주머니 바깥으로 바늘을 이동시키며 척추관이 좁아진 부위까지 진입한다. 이때 실시간으로 방사선 영상을 보면서 바늘을 이동한다. 여기까지는 신경성형술과 같다. 풍선확장술은 바늘 끝에 달린 풍선으로 좁아진 부위를 넓힌다. 좁아져서 문제가 됐던 부위에 약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 신경과 조직이 들러붙으면서 생긴 염증물질은 약물로 씻어낸다. 풍선은 시술이 끝난 후 바늘과 함께 밖으로 빼주므로 인체에 남지 않는다. 오 원장은 “척추수술 후 통증이 남아 있거나, 허리디스크·척추측만증 등으로 척추관에 협착이 있는 경우에도 시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풍선확장술은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은 만큼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윌스기념병원은 최근 3개월간 풍선확장술 시술을 받은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87% 이상의 환자가 시술 후 1주일 이내에 통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풍선확장술의 적용 부위는 현재 요추(허리척추) 부위다. 시술시간은 20분 정도다. 출혈이 거의 없어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미숙한 의료진은 정확한 협착 부위를 제대로 넓혀주지 못해 환자 만족도가 떨어진다. 협착이 심각하면 풍선확장술보다 수술이 효과적이다. 신경이 눌려 마비가 오고, 통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하지마비로 대소변장애가 있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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