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각급 교 입시요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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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76년도 각급 학교의 입학시험요강을 발표했다.
그러나 몇 가지 세목을 빼면 발표된 입시요강은 전년도의 것과 대동소이한 것이다.
비단 이 경우만이 아니라 입시제도 등 교육의 근간에 관계되는 문교부의 발표를 보면서 매양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그 원칙성에 관한 의문이다. 국가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을 다루는 주무부인 문교부의 행정가운데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시제도가 아직도 뚜렷한 정견 없이 매번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손질에만 머물러 이로써 달성하려는 비전이 무엇인지를 좀처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제도만 하더라도 지난 10여 년간 단순한 대학출제에 의한 선발, 학사자격국가고사제,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제에서 현행의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대학별 선발고사의 병행제 등을 거쳐 이제는 예비고사성적 반영의 의무화 지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기술적 변개가 있어 왔으나 이로써 대학교육의 본질적 내용에 어떠한 진전이 이루어졌는지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고교입시제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자유경쟁에 의한 입학, 동계중학우대제도, 5개 대도시에 한한 학군별 배정입학제도 등 여러 가지 제도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현재의 제도에 안주를 못하고, 더욱 많은 불만과 문제점의 속출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우리의 입시제도가 한마디로 각급 학교교육이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목표와 이념상으로나 현실적으로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새해 입시에 있어서도 약간의 지엽적 손질만으로 종래의 제도가 제기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시행착오적 제도변개만을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입시에 있어서 예비고사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든가, 선택과목의 범위를 넓힌다든가, 면접·체능검사의 기준을 사전에 명시한다는 것으로 근본적 문제가 해소될 수는 없다.
또 고교입시도 서울·부산·대구·광주·인천 등 5개 도시에서만 학군별 배정제를 적용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우선 현행 대학입학에비고사 제도에서 대학정원의 2백%를 뽑는다는 사실부터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매년의 합격자 성적 수준이 과연 이 제도를 실시하는 근본목적인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질」을 가려낼 수 없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매번 예비시험을 거치고서도 다시 엄청난 수험료를 지불하면서 대학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면 이것은 무용한 시간과 정력과 또 재정의 낭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점에서 예비고사제를 외국의 GCE와 같은 엄밀한 자격고사제로 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곧장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하거나, 아니면 예비고사의 문호를 더 넓히고, 그 합격의 유효연한을 늘려 학생·학부모의 2중의 부담이라도 더는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고교입시의 경우에도 기왕에 전체고교의 시설평준화가 재원부족으로 불가능하다면 문제를 복잡하게만 만드는 2원적 제도는 무의미하다.
더우기 현행 입시제도의 실시 후 모든 학교의 재정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으며 지능의 격차가 큰 학생들을 한데 모아 교육하는데도 그 학습지도면과 학습의욕의 양면에서 문제가 커가고 있음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의무교육도 아닌 고교과정을 억지로 평준화하려는 정책의 맹점을 근본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문교부가 스스로 주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입시제도를 가지고 매년 잔손질을 하는 등의 타성은 탈피해야 한다. 교육이야말로 커다란 비전과 가치의 창조에 직접 관련된 국가사업임을 상기해야 한다. 번거롭게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이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지혜와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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