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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기업군의 여신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금융여신과 기업소유 집중대책을 내용으로 한 이른바 5·29조치를 다시 강력하게 집행해 나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기 자본력이 미약한 계열기업의 분산, 정비와 공개를 유도하고, 과다한 금융편중경향을 시정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던 이 조치는 그동안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여건의 불비로 본적인 집행이 늦추어져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정부가 이를 다시 본격화하려는 뜻은 토지금고가 발족했고, 주식인수체제도 어느 정도 정비됨으로써 계열기업군의 공개를 적극화할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판단한 결과인 것 같다.
올해 안으로 50개 기업의 공개를 목표로 하고있는 재무당국은 우선 계열기업군의 여신관리를 보다 강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토지금고를 통한 보유부동산의 처분, 자본 시장을 통한 주식공개 등으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조치가 작년에 발표되었을 때부터 그 근본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지지 않았었다. 자체의 재무구조는 취약하면서 과중하게 금융에 의존하려는 기업풍토를 개선하고 기업소유의 집중을 분산, 공개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투자재원의 조달을 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기업공개정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목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반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이에 적합한 상태로 성숙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만일 우리 경제의 어느 부문에서 이 조치의 실효성을 감살시킬 요인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너무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신축성 있게 접근해나가는 태도가 무엇보다 긴요하다.
재무당국이 우선 접근하기 쉬운 여신관리강화부터 시작한 것은 이점에서 이해가 간다.
계열기업의 여신관리는 진작부터 해오고 있으나 너무 은행감독원 중심으로만 운영됨으로써 거래은행간의 횡적인 연결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앞으로는 문제성 있는 15개 기업군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거래은행에 관리와 책임을 이양 할 것이라 하지만, 이 경우 그로써 여신관리는 매우 용이해질 것이나 상업은행 간의 경쟁적인 입장 때문에 유기적인 협조가 잘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반면 여신관리강화가 긴축금융으로 가뜩이나 경제적인 기업의 자금사정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결과가 되어도 곤란할 것이다.
계열 기업군의 비업무용 부동산처분은 토지금고의 정식 발족으로 올해부터는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처분의 환급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금고법 상의 강제규정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핵심적인 계열기업군의 기업공개는 아직도 그 여건이 미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자본시장 육성자금의 확보와 5백만「달러」의 IFC자금 등으로 자본시장에서의 인수금융체제가 크게 정비된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하나, 이로써 50개 기업의 주식을 흡수하기에는 아직도 심히 미흡한 수준임을 가릴 수 없다.
효과적인 공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방대한 민간투자재원과 각종 투자지원금융이 필요하므로 현재의 민간투자여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기의 전반적인 악화로 증시가 빠른 시일 안에 활기를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정확하다면 성급한 공개촉진은 그 실효를 얻기가 힘들 것이다.
따라서 계열기업군의 공개는 전반적인 경기추세를 면밀하게 고려한 다음 순차적으로 다루어져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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