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플레이션」 하의 경제계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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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4년의 전국 도매물가 상승률이 42·1%인데 반해서 GNP 「디플레이터」는 30·2%에 불과해 물가지표 사이에 커다란 괴리현상이 일어났다.
61년 이후 두 지표 사이에는 항상 일정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즉 65년을 예외로 한다면 언제나 GNP 「디플레이터」가 도매물가 상승률보다 높았었다. 그러한 관계가 어찌해서 형성되었던 것이며, 74년에는 왜 역전되었는가를 음미한다면 경제동향을 평가하고 장래 정책을 구상하는데 많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61년 이후의 경제는 본질적으로 성장기조 하에 있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외자도입과 그에 부수되는 투자 때문에 국민의 구매력은 엄청나게 팽창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수입과 생산시설의 가동으로 출고되는 상품 때문에 구매력과 물량공급은 확대균형의 연속적 과정으로 맞떨어져 도매물가 상승률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았다.
반면 구매력과 소득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서비스」분야의 확대를 파생시키고 실물생활분야에서 제고되는 생산성에 자극되어 「서비스」 요금도 같은 비례로 올라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상품가격지수인 도매물가보다는 GNP 「디플레이터」의 상승률이 높게 되는 것이며, 결국 성장기의 제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74년의 관계역전은 정책면에서 중요한 시사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황의 여파는 임금부문에서 가장 크게 반영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일단 평가해야 할듯하다.
74년의 도매물가 상승률은 수입「코스트」를 주로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GNP 「디플레이터」보다는 임금요인이 약하다. 즉 「서비스」부문의 「마크·업」은 상당부분이 임금요인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불황기에 「마크·업」을 상대적으로 유지하지 못한 것이며, 결국 「서비스」부문의 상대적 임금인하 효과가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서비스」 수요 면에서도 불황의 여파는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어 GNP 「디플레이터」상승률은 억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 상승률에 따르지 못하는 임금인상의 여파는 결국 소비절감이 쉬운 「서비스」쪽에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투자수요의 감퇴 때문에 실질구매력이 감퇴한 여파로 결국 「서비스」부문에 몰린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도매물가 상승률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원인 중에는 수입「코스트」 외에도 국내적인 요인이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파동·원유파동 등으로 수입금액은 늘어났으되 수입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축금융·재고금융 등으로 금융을 확대해 주었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국내 여신관리를 완만하게 함으로써 불황 하에서도 상품가격 인상을 가능토록 업계에 자금력을 뒷받침했기 때문에 도매물가 상승률은 사실이상의 강세를 보였던 것이다.
물론 환율인상이 상품가격에는 즉시 반영된 데 반해서 「서비스」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도 두 지표를 벌어지게 한 원인의 하나다.
요컨대 GNP 「디플레이터」의 상대적 낙후는 물가지수 상의 위안자료가 되기보다는 불황의 여파가 약한 부문에 집중된다는 일반논리를 반영한다는 뜻에서 정책운영의 좋은 참고자료로 원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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